마음의 창문을 열고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 생각이 아니라, 감각으로 살아보기

by 라피드룸

명상 중, 문득 떠올랐다.
나는 줄곧 세상이 원하는 삶을 살아왔다.

보여지는 차,
괜찮아 보이는 대학,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고, 내 안의 몸을 느끼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아무것도 아닌 나와 마주했다.

지금 이 순간의 내 몸 —
무겁고, 느리고, 때로는 불편하고,
하지만 살아 있는 이 몸.
그 사실만으로 충분히 고마웠다.
그제야 비로소 알았다.
나는 나를 꾸미느라 너무 바빴다는 걸.

대단하지도 않은데 나를 브리핑하기 꽤나 바뻤다는 걸 말이다.

생각이 멈추자, 감각이 깨어났다

그날 명상에서 들은 음악은 유난히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눈을 감고 몸의 중심을 느끼자,
묵직하게 눌려 있던 마음의 돌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잘해야 한다’, ‘보여줘야 한다’, ‘인정받아야 한다’는
머릿속의 소음이 잠잠해지고,
오롯이 지금 이 몸의 느낌만이 남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지?”
그 질문 하나로 충분했다.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게 나였다.
생각이 아니라 감각으로 존재하는 나.


며칠 뒤, 신랑과 차 안에서 또 다퉜다.
사소한 말이 꼬리를 물고, 결국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예전 같으면,
그냥 말로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차 안에 울려 퍼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음악이 흐르자, 이상하게도 몸이 반응했다.
어깨가 조금 내려가고, 손끝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고개를 갸유뚱 하고 움직이니 살구색 가득한 내 얼굴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건 싸움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저 감정이 움직인 눈물이었다.
생각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 이게 진짜 나구나.”

움직임 명상에서 배운 대로,
그 감정의 흐름을 막지 않고 몸으로 통과시켰다.
화도, 슬픔도, 억울함도
모두 내 몸을 지나가게 두었다.

그러자 신기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이성으로 ‘이해’하려 했던 순간에는 잡히지 않던 평화가
감각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감각으로 사는 삶

나는 이제 안다.
삶은 머리로 사는 게 아니라 몸으로 사는 것임을.

생각으로는 ‘잘 살아야지’ 다짐하지만,
감각은 이미 ‘지금 충분히 살아 있다’고 말해준다.
그 차이는 크다.

명상은 내게 생각을 멈추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움직임은 그 멈춤 속에서 다시 흘러가게 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감사는 그 흐름에 색을 입혀주었다.

이제 나는 삶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느끼며’ 살아간다.
몸이 알려주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감정이 지나가는 길목을 막지 않는다.

그 순간순간이 바로,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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