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만에 첫 목회를 시작했던 교회를 간다는 생각에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남편은 ㅇㅇ교회 목회자님께 우리의 방문계획을 말씀드리고 ㅇㅇ준 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나는 미리 알려드리고 가는 게 오히려 목회자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목회자는 누구나 주일예배를 앞두고 오로지 예배드리는 일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상치 않았던 일이 일어나면…”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미리 아무런 연락 없이 주일예배에 선배 목회자가 갑자기 오셨다면 나도 당황했을 것 같다.
토요일, 용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평택역에 도착했다. 서 ㅇㅇ선생님이 마중을 나와 주셨다. 숙소까지 바래다주신 후에, 우리가 처음 ㅇㅇ교회에 갔을 때 초등학교, 중학교학생들이었던 녀석들과 함께 저녁때 만나기로 하고 돌아가셨다.
주일을 앞둔 토요일 오후에 처음 목회를 시작했던 곳에 와서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었던 녀석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옛 추억과 기억이 떠올랐다.
언젠가 남편이 무슨 일로 하룻밤 교회를 비워야 할 때가 있었다. 돌 지난 딸과 둘이서만 교회에 있어야 했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 녀석들 몇 명이 교회에 왔다. 사택옆에 커다란 방이 하나 있었는데 시험 때가 되면 아이들의 공부방이 되기도 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녀석들이 공부하다 늦게라도 집에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벽에 일어나 나가보니 녀석들이 공부방에서 자고 막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집에 들러 씻고 학교에 갈 거라고 했다. “집에서 너희들 교회에서 자고 가는 거 알고 계시니? “라고 물어보니 “말씀드렸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알았다. 녀석들이 왜 아직 시험기간도 아니었는데 교회에서 자고 갔는지를.
그때 이미 남편이 교회를 비우게 된다는 걸 아시고 녀석들의 어머니들이 걱정이 되어 교회에서 공부하다 자고 오라고 하셨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