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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by 시골사모

나와 남편을 동시에 잘 아는 선배, 친구, 후배들이 은퇴 후의 요즘 우리 모습을 실제로 보면 “신기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남편도 나도 서로에게 다정하게 굴 줄 모르고 마치 동지처럼 살았다. 딸들이 어렸을 때 남편은 <나눔의 집>이 <내 집>인 듯 살았던 날들이 많았다. 거의 날마다 우리 세 모녀가 잠든 후에 집에 들어왔던 남편을 딸들도 나도 그다지 애타게 기다려 본 적도 없고그리워하지도 않았다. 모처럼 딸들과 놀아 준다고 하면서도 마치 때는 이때다 싶었던지 노는 데 바쁜 딸들 옆에서 온갖 잔소리(남편에겐 자식 인성교육)를 교묘히 늘어놓았다. 눈치 빠른 딸들은 곧 저희 둘만의 놀이상태로 되돌아갔고 남편은 훗날 “애들이 당신 닮아 나긋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결혼한 큰딸이 우리 앞에서 제 남편을 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그 말이 틀려도 많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내가 낳았지만 딸은 신기하리만큼 말투도 행동도 나와 다르다.’ 저 조그마한 체격 어디서 저런 힘이 뿜어져 나올까 ‘싶을 만큼 제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말로 표현한다. 나이차이가 제법 되는 제 남편에게 우리 눈치 안 보고 꼬박꼬박 나긋한 목소리로 “여보”라고 다정한 목소리로 부른다.


정말 하려고 했던 말의 서론이 길어진듯하다. 은퇴 전의 안식월 휴가까지 포함해 교회밖의 생활을 한지가 한 달 조금 지났는데 그동안 달라도 한참 많이 달랐던 나와 남편의 생활습관은 놀랄 만큼 닮아가고 있다. 나는 밤 9시 무렵이면 잠을 잤고, 내 잠자는 시간을 알고 있던 오래된 친구들과 교우들은 어쩌다 밤 9시 가까이에 전화를 하게 되면 “미안하다 “ ”죄송하다 “라고 말했다. 은퇴한 요즘은 밤 12시를 넘겨 잘 때가 많아졌다. 남편은 신기해하면서 좋다고 말하는데 나는 일어나는 시간은 똑같으니 낮에 잠깐 낮잠을 잔다. 교회 안에서 살 때 낮잠은 아플 때 말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잠깐의 낮잠이 가져다준 여유와 상쾌함이 밀려왔다가 나갈 때쯤엔 아직 적응이 덜 된 이 현실이 채 마치지 못한 숙제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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