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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이 형님 댁에 다녀왔다.

by 시골사모

내 브런치글 <남편의 오묘한 인간관계>에잠시 등장했던,ㅇㅇ이 형님(남편의 셋째 형님 신혼집에서 남편과 한방을 쓰며 대학을 다녔던 형수님의 남동생)의 초대를 받아 댁에 다녀왔다. 나에게 목회뒷바라지하느라 애썼다며 예쁜 봉투에 용돈을 넣어 건네주셨던 마음 따뜻한 사돈형님!

형수님은 직접 음식을 만들지 못했다며 미안해하셨지만, 한우 소고기 구이와 금가루(?)가 뿌려진 색색의 참치회는 맛도 양도 엄청났다. 얼음 띄운 오이지 냉국, 매콤 짭짤 오이지무침, 해물전에 튀김, 김밥, 수박까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어서 이삿짐 정리하느라 대충 차려먹던 날들을 충분히 위로받고도 남을 정도였다. 아직 남아있는 늦더위에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한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이지 잘 아는 터라 진심으로 고마웠다.

이제는 나도 줄줄 외워 말할 정도로 수없이 들었던 남편과 ㅇㅇ이 형님의 서울용두동 집, 동거이야기 시즌2를 ㅇㅇ이 형님한테 실감 나게 직접 전해 듣느라 참치가 녹고 있는 줄도 몰랐다. 생각보다 훨씬 검소해 보였던 집안 살림살이들도 크기만 좀 더 컸지 우리 집에도 거의 다 있는 것들이었다. 거실하나가 우리 집 전체 크기보다 더 큰 것 말고는.

형수님은 남은 음식들과 밑반찬들을 비닐봉지나 포일이 아닌 뚜껑있는 그릇마다에 넣어 꼼꼼히 챙겨 주셨다. 직접 만드셨다는 딸기잼까지. 며칠 동안 반찬걱정 없이 잘 먹었다. 그런데 걱정이 슬금슬금 몰려온다. 우리도 곧 언젠가 두 분을 집으로 한번 모셔야 할 텐데……무슨 음식을 차려내고 빈 그릇에 나는 무얼 담아 드려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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