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 거세던 겨울도 3월이 가까워 오니 그 매서움이 잦아드는 듯하다. 구름 엷어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청명한 날엔 햇살이 따사로워 외출 나온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덩달아 카페 고객이 늘어나고 우리의 손놀림도 바빠진다.
최근 승용차로 삼사십 분 거리의 도시에 사는 내외분이 주말이면 우리 키페를 방문하시곤 한다. 온라인상에 올리는 나의 글을 보시는 듯 글의 제목과 관련된 코멘트를 하시고 활짝 웃으며 떠나신다. 내딛는 두 분의 발걸음마다 겨울 끝자락에 따라오는 봄의 소리를 느끼게 한다.
가끔씩 휴대폰으로 라이킷이나 구독자를 확인하게 되는데 라이킷 숫자가 늘어나 있는 것을 보니 내외분이 커피숍에 앉아서 나의 글을 읽어 보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작은 격려에도 큰 힘이 생기고 용기를 북돋아 주니 감사하기만 하다.
이럴 때면 커피숍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누군가 카페 디저트가 맛있다는 소개를 받았다며 가족들과 즐거운 나들이를 나왔다가 커피숍을 방문한다.
빵이 맛있다며 커피숍을 나서며 종류대로 여러 개를 포장하여 나간다.
우리는 매일매일 어디론가 무엇을 향해 빠르게 혹은 느리게 걸어간다. 이렇게 걸어가는 길에 동행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일로 오픈준비를 하는 중에 갓 구운 땅콩과자를 가지고 오는 옆집 사장님의 밝고 환한 미소로 커피숍의 하루가 시작이 된다.
개인 카페는 참으로 할 일이 많다.
어저껜 잡초처럼 자란 로즈메리의 형태를 잡아주고 갈대의 밑동도 잘라 냈다. 작은 화단인지라 일부만 정리했을 뿐인데 주변이 훤하게 느껴지고 헝클어진 긴 머리를 잘라낸 것 같은 정돈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화단에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3월이 지나 봄이 와 있을 땐 마치 천국의 정원처럼 예쁜 꽃들과 초목들로 싱그럽게 물들여질 것이다.
아직도 겨울 추위는 계속되지만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싹을 틔워 내며 봄은 성큼성큼 다가와 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무겁지 않아 편하게 느껴진다.
봄의 파릇파릇 생동하는 기운이 느껴지는 손녀딸들이 전화를 한다. '할머니가 보고 싶은데 공주에 가면 안 될까요?'라고 한다.
둘째 손녀는 한창 말을 배우는 중이라 금방 말을 따라 한다.
자동차 안에서 할머니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생각에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라고 묻는다며 딸은 말한다.
이른 아침 비가 내리며 회색빛 뿌연 안개가 낀 것 같은 날씨가 계속되어진다. 봄을 재촉하기라도 하듯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있는 비가 사람들에게 이미 봄이 와 있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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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의 싹을 틔워 내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하며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카페에도 커피를 마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지금 우리 어디로 가고 있지
봄이 기다리고 있는 예쁜 꽃들을 피워 낼 아름다운 정원을 향해 오늘도 힘차게 걸어간다.
그 안에서 생명이 있고 길이 있는 빛으로 인도하시는 예수님을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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