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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 긴 여운

by 이희숙

제민천 난간에 '밤 페스티벌'이라는 축제가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많은 수의 부스가 제민천 물길 따라 길게 세워졌다.

더위에 지친 축제 마니아들과 지역 주민들의 마음에 무언가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뜨거운 날씨로 인해 축제 당일 오후부터 시작되어 밤 9시쯤 끝이 난다는 이번 행사는 해질 무렵 거리에 나서는 이들에게 공주 제민천 야경의 아름다움을 더불어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무더위 탓인지 사람들의 움직임이 뜸했다.

그래도 동네에서 축제가 열리면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몰려와 북적이게 마련이고 다른 지역 주민들도 주말여행을 겸해 공주의 문화행사장을 찾는다.


요즈음 해가 길어져 저녁 여섯 시쯤인데 해는 봉황산 위 자락에 걸려 있다.


조용함을 거스르는 사회자의 마이크 소리와 함께 팡파르가 울리고 퍼레이드로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축제나 행사가 있어야 도심의 분위기는 한층 활기차진다.

공주를 방문한 단체 관광객도 함께 어우러져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커피숍도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에 맞춰 자연스레 바빠진다.

일련의 단체 손님들이 커피숍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커피숍 공간을 가득 채운 손님들의 분위기가 마치 학교수업에서 학생들이 그룹토의를 하듯 다소곳이 조용조용 대화를 한다.

시끌벅적했던 여느 때와 전혀 다른 분위기가 상반되어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라며 환하게 웃었다.

아! 이렇게도 여행을 오는구나...

커피숍은 매일이 다른 상황과 예측불가능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지만 난 언제나 그 지리에 있다. 그러다 보니 이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브런치스토리에 올렸던 글 중 하나인 "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는 글에 댓글이 올라왔다.

"벤허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시간 나면 친구들과 한번 들러볼게요"라고.

나는 '어! 댓글이 올라왔네' 라며 주의 깊게 읽어보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여러 명의 손님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카페에 들어온다.

그중 한 분이 '온라인에 올라오는 나의 글을 잘 읽고 있으며, 자신이 친구들과 들르겠다'라고 댓글을 남긴 사람이고 그래서 찾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브런치스토리의 홈 화면을 보여 주며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오래전부터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써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순간 많이 놀랐다. 이렇게도 글을 통해 사람을 만날 수도 있구나.....

온라인 위의 글을 매체로 작가와 독자로 만나는 예상치 못한 즐거운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브런치스토리에서 나의 글을 읽고 "좋아요"로 응원해 줄 때 감사함을 느끼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다시 일어선다.


더위 때문에 밖에 나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늦은 저녁시간에 웃으며 커피숍을 방문하는 남편의 단짝선생님들의 방문이 커피숍에서 지쳤던 긴 하루를 회복시킨다.

삶은 울림이 있는 말 한마디나 감동이 있는 한 줄 글에 의해 풍성해짐을 느끼곤 한다.

지쳤던 영혼에 한줄기 샘물처럼 생수를 공급받는 것 같은....


소소한 행복이 긴 여운을 남기며 오늘의 의미를 더해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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