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중순에 접어듦에도 한낮의 날씨는 여전히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가을을 재촉하는 듯 비도 잦아 바깥나들이가 불편하기도 하다.
공주의 구도심은 아담하고 고즈넉한 도시이지만 다양한 규모의 미술관이 많이 있다.
작은 골목을 통과해 걷다 보면 작은 미술관이 있고 또 다른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다시 미술관이 나온다.
특별히,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오봉집'으로 한차례 변신을 했었던 '맛깔' 레스토랑은 다시 갤러리로 거듭 태어났다.
이곳저곳의 미술관에서 특색 있고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커피숍 근처엔 오래전부터 설치 미술 작가들이 짓궂은 날씨에도 작품을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다.
제민천 길 위 이곳저곳에서 작업 중인 설치 미술 작품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일까'하는 호기심을 불어넣으며 마음 한쪽에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다.
작품전시가 마무리된 듯 제민천 변을 따라 바람에 날리는 플래카드가 행사를 알려온다.
마침내 '2025 프레비엔날레 자연미술 (9/13~ 11/30)'이 오픈되었다.
주로 연미산중에서 해 오던 자연 미술제가 제민천 주변의 갤러리에서 펼쳐지고 있다.
나에겐 엄청난 행운이다.
며칠 전 '프레비엔날레 자연미술'이 공주 제민천 주변의 갤러리에서 열린다고 동료이자 친구처럼 지내는 지인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쏜살같이 달려와 전시장에 함께 찾아갔다.
오전 내내 흐리던 날씨는 오후가 되며 갑자기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발길은 이어진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터널처럼 만들어진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금박의 장식들로 터널 사방의 벽면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바람이 불어 움직일 때마다 형형색색의 색깔로 빛을 반사해 내고 있다.
그 안에 서 있으니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몬드리안의 '적청황의 구성'처럼 보이는 창문 안으로 '붉은 밤색의 염소 두 마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술관 안엔 무엇이 있을까'라는 상상을 자극하게 한다.
안팎으로 드나드는 작은 출입문이 대나무로 만든 사람의 얼굴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인상적이다.
내가 아프리카의 어느 곳에 와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든다.
실내엔 더욱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2cm의 정사각큐브로 제작된 설치작품은 예술가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설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집 근처에 미술관이 많아 소중한 관람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이 너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전시장의 여러 작품을 감상한 후 붉은 염소를 따라 천변 거리로 나왔다.
지인과 함께 작품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던 중 '오래된 서가 카페'가 눈에 띈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자주 보았던 인상 좋은 분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이 아닌가!
전에 커피숍의 단골 고객으로 오셨던 분이 인문학 서점과 카페를 낸 것이다. 떡을 돌리려고 했으나 그렇게 못했다고 수줍게 말을 한다.
시간이 날 때 한번 들러보고 싶은 카페로 기억되며 햇살 가득한 오후 한 잔의 커피, 한 권의 책이 기다리고 있는 곳을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정겹다.
마치 고향집에 들른 것처럼 편안한 공주에서
제민천을 걷다가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