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부모님의 매끼 식사를 챙기며 하루를 보낸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으시고 하루하루 다른 듯하다. 때마다 약을 챙겨 드리는 일마저 어느새 나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지냈던 어린시절의 일들이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부모님과 나의 자리가 바뀌어져 있다. 이제 비로소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 드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젠가 보았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가 떠오른다.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하루가 조용히 흘러간다.
부모님의 쾌유를 바라며 식사를 준비하던 중 자연스럽게 야채죽을 만들게 되었다.
다듬어 씻고 적당한 크기로 지른 양배추와 무, 애호박을 물에 30분쯤 담가 두었다가 건져내고, 다시 끓여 한 번 더 데쳐 흰 죽에 섞었다. 약한 불에 저어가며 끓이기를 한참 비로소 죽이 마무리된다.
야채가 씹힐 때마다 고소한 맛과 갓 다듬은 채소의 신선함이 느껴져, 속이 한결 편안해지는 음식이 되었다. 간은 하나도 하지 않아 처음 드실 땐 약처럼 드셨지만 진짜 약이 되어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경치가 좋은 어딘가를 다니면서 마음에 담고 싶은 순간이 있으면 자연스레 누군가가 떠오른다.
이 맛을, 이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건네다 보면, 듣고 있던 사람의 눈빛 속에서 ‘나도 한번 맛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심스레 드러난다.
그때 깨닫게 된다.
음식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일이라는 것을. 그렇게 만든 야채죽은 어느새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음식이 되었다.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아 서툴기만 했던 죽이 이제는 순서대로 차분히 만들어지는 음식이 되었다.
죽을 끓이는 시간만큼 마음도 조금씩 익어갔다.
나는 대접을 받기 위해 음식을 나누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았던 것들, 그것을 통해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던 순간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나누다 보면 기쁨은 배가 되고, 누군가에게 전해졌을 작은 온기에 감사한 마음이 오래 남는다.
죽을 끓이는 시간과 정성만큼 마음의 온도는 조금씩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