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길

by 이희숙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막상 닥치면 힘들고 때로는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를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음식을 만드는 일은 내게 늘 어려운 과제였다. 맛을 낸다는 일은 더욱 그랬다.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며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을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몇 가지 음식을 만들었을 뿐인데 한 끼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설거지할 그릇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어떤 이유로든 하루 세 번 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집에서 살림을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았던 나에게 요리는 늘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엄마를 간호하며 식단에 맞춰 매 끼니를 준비하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요리의 감각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의 빠른 회복을 위해 소금간이 되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간을 하지 않는 요리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간 없이 과연 맛이 날까?’

내 상식의 틀을 깨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간을 하지 않고 만든 야채죽은 엄마에게 불청객과도 같았다.

얼굴을 찡그리며 겨우 한두 숟가락을 드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조금씩 먹기 시작한 후, 이제 내가 만드는 야채죽을 마치 약처럼, 그러나 고맙게도 맛있게 드신다.

이제는 다른 음식도 매 끼니 식단에 맞추어 하루하루 다르게 응용해 본다.

소고기 무 국을 끓일 때는 간을 하지 않고 다시마를 조금 넣는다. 그러면 무의 시원한 맛과 다시마에서 우러나는 구수하고 은은한 감칠맛이 어우러져 음식의 풍미를 더해 준다.

또 다른 날에는 동태를 살짝 데친 뒤 얇게 썬 무와 함께 끓여 본다. 동태와 무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시원한 맛이 국물에 스며든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무의 깊은 맛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정성과 사랑을 담아 음식을 만드는 시간 속에서, 엄마와 나는 같은 시간을 함께 걸어간다.

어릴 적 엄마는 나의 삶을 에워싸는 작은 우주와 같이 느껴졌던 것처럼 이젠 내가 엄마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새순이 움트며 돋아나듯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숨결이 우리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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