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희숙 Dec 12. 2023

배움엔 끝이 없다

 누구나 여행을 간다고 하면 기대감으로 설레이는 마음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오랫만에 도심상가의 이웃들과 함께 떠나는 서울 여행은 사뭇 나에게 색다른 재미와 흥미를 더해 준다.  

 내가 살고 있는 제민천 주변에는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단아함이 느껴지는 한옥 카페, 전통과 현대적인 모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근대 조형 건축물처럼 지어진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카페도 있다. 

크고 작은 독자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주변의 카페들은 제민천을 따라 아담하면서도 정감어린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주말이면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 또한 제민천의 특색이 다른 카페를 찾아 오기도 하며, 하숙마을과 곳곳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기도 한다.  

얼마 전 이웃 카페 사장님은 서울 성수동의 변모해 가는 거리의 모습을 보고 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바쁘고 분주함에 일상의 회복과 생기가 필요한 것 같아 선뜻 가겠다고 대답을 했다. 서울 여행을 가기 전부터 사뭇 기대감에 부풀어 하루 하루가 더 기다려지기만 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의 기분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승용차가 아닌 대형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이 학창시절의 수학 여행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작은 블록들이 네트워크처럼 연결되어진 성수동의 변모된 모습은 마치 공주 구도심의 모습과도 비슷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냥 커피숍이 하고 싶어 십여년 넘게 해 오면서 그 분야에서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어 서울을 방문하는 ‘카페 투어’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반지하의  낮은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 줄을 서서 기다리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은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는 풍경이다. 

 빨간 벽돌의 건물들로 연결되어진 이곳 저곳의 카페가 있는 거리도 이색적이었다. 카페의 특색이나 컨셉이 다르듯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카페의 디저트였다. 전에 커피숍을 하면서 디저트에 대하여 고민을 하며 쿠키나 머핀을 만들어 보았지만 케익이나 빵을 만든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최근 식빵을 도입하면서 서너달 시간이 지나왔다. 커피숍을 두 번째 오픈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식빵을 만들다 보면 새벽부터 일어나 공을 들인 시간이 무려 네시간이 걸린다. 직접 만든 케익을 먹어 보고 다시 찾는 사람이 있다. 케익과 스콘, 호두파이는 잘 팔리기도 했지만 식빵을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고 힘겨워 자연스레 밀려 난 메뉴이기도 하다.  

커피가 좋아 무작정 시작한 것이 십년이나 지났다. 강산도 변한다고 한 세월의 흐름 앞에 이젠 너무 나이가 들어 버린 건 아닌가 하고 의문을 해 본다. 다른 사람들은 퇴직을 하고 연금을 받아 가며 쉴 나이인데 웬 일을 다시 시작한담, 난 그렇게 해서 쉽지 않은 변화무쌍한 직업의 세계에 들어 와 있다.

 커피숍은 연령,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대화와 토론의 장이 될 수 있고 가장 가까이에서 친밀감을 더해 가는 유익한 장소가 된다, 

 아직도 커피에 대해 배울 것이 많이 있고 다른 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기분전환의 요소로 작용한다. 다른 커피숍에서 시그니쳐 메뉴 혹은 색다른 음료를 마시며, 메뉴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곤 한다. 누군가의 소개로 지명도 있는 작은 커피숍에 들렀다. 그곳의 시그니쳐 라떼와 딸기 그라니따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 자그마한 카페지만 사장님의 능숙 능란한 커피를 만드는 솜씨와 공간에서 커피와 하나가 되어지는 것을 발견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의 경우 커피숍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 지다 보면 처음 가졌던 열정이 식어지고 피곤함으로 지쳐 가기도 한다. 더구나 이른 아침 빵을 만드는 것은 나름 재미도 있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많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 정확히 네 시간이 지났을 때 빵이 만들어지며 사람들이 발걸음이 이곳 커피숍을 향해 빵 냄새가 좋아 들어 왔다고 활짝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아침시간 살며시 피어나는 나팔꽃처럼 미소짓는 사람들이 있어 하루를 기분 좋아지게 한다. 날씨가 추워지며 해가 짧아진다. 하루의 일과는 끝나지 않은 과제처럼 시간의 언저리에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나의 커피숍의 이야기는 멈춰지지 않으며 항상 진행중이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배움엔 끝이 없다.  

작가의 이전글 커피숍과의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