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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Dec 07. 2023

커피숍과의 만남

 커피숍을 시작한 지 14년이란 시간이 흘러 갔다. 머리 손질을 하기 위해 미용실에 들렀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작은 공원이 너무 예뻤다. 커피숍에 관한 막연한 동경을 하고 있던차에 예쁜 공원 근처에 비어 있는 상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바리스타 과정을 마치고 미용실 옆에 위치한 작은 상가에서 커피숍을 오픈하고 10년이 넘는 긴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커피숍 여정은 14년의 세월이 지나기 까지 지속되고 있다.

 처음 커피숍을 오픈했던 장소는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어 컨설팅을 해 주는 사장님은 조금은 의아한 태도를 보였었다. 정말로 ‘소신이 있다면 해도 괜찮다’ 라는 말을 들으며 출발한 커피숍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해 보면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공주의 구도심에서 어쩌면 커피전문점 1호로 오픈한 곳이 커피소울이었다. 교육도시답게 여러 개의 대학이 위치하고 있어 도시의 분위기는 사뭇 젊고 생기있다.

 커피숍을 운영하다 보면 자주 방문해 가족이나 친척과도 같이 낯이 익어 친밀감을 더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 입학을 해서 졸업을 할 때 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을 마치고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낸 학생들도 여러명 있다. 혼자 커피숍에 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여학생은 사장님이 늘 친절하게 반겨 주시고 친구처럼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졸업하기 전 작은 화분과 손편지를 건네 주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주변에 여러 커피숍이 생겨나고 각각의 개성과 특색을 갖춘 다양한 커피숍이 공존하고 있다. 변두리에서 시내 중심지역으로 옮겨 시작한 두 번째 커피숍, 복잡한 행정적 절차를 피하고 싶어 상호는 바꾸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커피소울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많은 대학생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있다.

 전에 운영하던 커피숍의 고객층이 주로 학생들이었다면 지금의 커피숍은 연령층의 구분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주말엔 여행객들이 백제 문화의 흔적을 찾아 공주의 이곳 저곳을 다녀 온 후 커피소울에 들른다.

 커피숍을 운영하다 보면 연령층의 소비성향을 조금은 알 수가  있다. 돈을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을 쓰는 사람 따로 있다라는 말이 있다. 어른 고객들이 음료만 주문하는데 반해 학생들이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요즘 유행하는 메뉴나 사이드 메뉴를 주문을 많이 한다.

 커피소울 주변에는 여러 개의 갤러리가 있다. 전시에 관련되어 많은 행사가 있고 다른 지역의 작가들도 참여한다. 개인전을 열고 찾아 온 대학 선배와의 만남과 동문전으로 고등학교 시절 미술반 친구를 만나는 것 또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커피숍을 운영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커피숍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우왕좌왕 도떼기 시장처럼 붐빌 때는 많이 힘들게 느껴진다. 작은 커피숍보다 넓고 큰 커피숍에 갔을 때 환기가 되고 사람들과 거리가 있어 여유로와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커피소울은 그리 크진 않지만, 원도심에서는 꽤 큰 커피숍으로 손꼽힌다. 그런 이유로 모임이 있을 때 사람들은 커피소울을 자주 방문한다. 장소가 커진 만큼 사람들과의 관계도 풍성해지는 커피소울의 변화를 발견한다. 점심으로 먹을 음식이라며 카레라이스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시는 옆집 사장님,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한다고 걱정하며 초밥과 돈까스를 챙겨오신 목사님, 김장김치를 처음 담갔다고 가져다 주시는 분, 직접 만든 여러 종류의 반찬을 가져다 주시는 분, 간식으로 햄버거를 사서 나누어 먹는 이웃과의 정겨운 만남은 요즈음 세태와는 사뭇 대조가 된다

 커피숍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기대하지 않았던 함께 근무했던 동료를 만나기도 하고, 다시 오픈한 커피숍이 궁금해서 찾아오는 사람들, 이젠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제자들, 먼 지역에서 여행차 방문하는 사람들, 자주 보아 낯익은 사람들, 매일 다른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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