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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Dec 16. 2023

사랑의 회복

 12월의 날씨인데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거나 비가 많이 올 경우 사람들의 발길은 바깥으로 향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게 되는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면 커피숍은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이 잠시 쉬었다 가는 여유로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오픈 시간에 맞추어 자전거 동호인들의 딸가닥거리는 신발소리는 신기하기도 하고 처음 듣는 소리라 무엇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얼마 전에 이곳 커피숍에서 가야금과 플롯, 탭댄스를 곁들인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그때 들었던 탭댄스와 가야금의 소리가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플롯의 바람의 빛깔과 루돌프 사슴코의 연주는 동심의 맑고 청아한 느낌으로 차가운 겨울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일주일에 한 번 영어 회화 수업을 한다. 지난주 있었던 일, 혹은 자신의 관심 있는 이야기들을 하며 수업이 진행된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심에 주중에 어린 왕자를 읽어 보기로 했다.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은 꽤 인상적인 장면으로 오랜 시간 나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나의 삶은 햇살로 가득 차고 당신의 발자국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릴 것이고 나의 집 옆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도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햇살에 비친 노오란 들판울 바라볼 때 너의 황금머리칼을 기억할 것이다.’

                             (The little prince Retold by Terry Nelson)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이 아름답고 진솔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들의 만남엔 설렘이 있고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이별의 순간조차 너무 아름답기만 하다, ’ 길들인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묻는 어린 왕자에게 노오란 들판을 바라볼 때 난 너의 황금 머리칼을 기억할 것이다 ’ 얼마나 멋지지 않니 ‘ 여우는 말한다.  

 어린 왕자는 마치 현실의 나 그리고 우리들처럼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질 때 가 있다, ‘난 아주 슬프거든’ ‘어린 왕자의 독백처럼 ’ 무엇을 찾고 있니 ‘하고 물을 때 ‘난 친구를 찾고 있어’ 고 말하는 어린 왕자의 대답은 조금 슬프게 느껴진다. 

요즈음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무엇이 중요한 지를 알지 못하고 마냥 분주하기만 하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돈을 주고 산다. 사람들은 무엇을 알려고 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정은 돈을 주고 살 수 없어 더 이상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 여우는 말한다.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말한다. ‘내가 널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 ‘매일 조금씩 가까이 오세요’ ‘같은 시간에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당신을 맞을 준비를 하며 행복한 미소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The little prince 썡떽쥐베리 지음 켈리박 엮음)    

 진한 감동이 있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이 ‘사람들과의 만남’에 있어 새로운 기대를 꿈꾸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영어회화 수업을 같이 하던 수학선생님과 짧은 만남이 있었다. 언젠가 들기름을 짰다고 손수 건네주던 손길이 고마워 동그랑땡을 만들어 주었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큰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순간의 만남으로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음이라는 정원에 좋은 씨앗을 심어 예쁜 꽃들을 가꾸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나의 마음을 잘 돌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경쟁심을 부추기는 이기심은 현실의 삶에 감사하기보다는 남이 더 가진 것에 불만을 느끼며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어려워진다.  

때론 사람들과 함께 가고 있음에도 마주 보고 있지 않음에 허탈하고 공허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을 통해 우정을 소중히 여기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출발한다.

겨울의 문턱에서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을 회상하며, 설렘이 있는 만남으로 

사랑이 회복되어 우리의 삶이 햇살로 가득 채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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