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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Dec 19. 2023

나의 친구

 어느덧 나의 딸은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다.

 환하고 밝은 생명의 빛은 또 다른 세상을 얻은 것처럼 평범하고 지루했던 일상을 다시금 새롭게 비춰 주고 있었다. 

 세월의 무게만큼 나이를 먹고 할머니가 되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은 할머니가 된 나의 감정의 변화에 대해 묻곤 했었다. 

 육아에 대한 부담 즉, 경제적인 부담과 직장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것을 종종 보았다. 하지만 나의 딸은 아기가 언제 태어날 것 인가를 기대하며 아이의 태어남을 기쁨으로 맞이하며 기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예수님을 본받아 귀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어준 ‘예본’이라는 이름은 손녀딸의 이름이 되었다. 

 이른 아침 휴대폰 속의 아기 얼굴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와 함께 하루의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목을 가누기도 힘이 들어 안을 때 조심조심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반듯하게 앉아서 코를 찡그리며 눈웃음을 치는 손녀딸의 미소에 넘쳐나는 기쁨은 할머니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 중에 손녀딸을 보러 갈 생각을 하면 기쁨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뭉게구름을 타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 곤 한다. 

 나뭇잎과 꽃을 보아도 예본이와 동일시되고 혼연일체가 되어 ‘나는 예본이야.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우리 친구가 되어 보지 않을래’라며 방긋 웃는 예본인 어느새 꽃과 함께 나뭇잎을 타고 나비가 되어 동화 속의 신비스러운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사위는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추어 여러 가지 맛의 이유식을 준비한다. 오늘은 미역, 생선과 함께 쌀을 갈아서 끊인 후 예본이에게 한 숟갈씩 맛을 보게 한 후 음미하며 먹어 보게 한다. 이유식이 끝난 후에는 예본이의 작은 식탁 위에 놓여진 미역을 손으로 만져 보게 함으로 촉감에 대한 감각을 익히게 한다. 미끈미끈함에 이상한지 손으로 움켜쥐어 보며 입에 넣어 보기도 하고 신기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 예본이의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예본이는 소파를 붙잡고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 기특해 ‘정말 잘했어요’ 칭찬을 하니 기분이 좋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평범한 일상에 삶의 윤활유가 되어 찾아온 예본인 안아 주기만 해도 방긋방긋 웃으며 주변을 환하고 기쁨으로 꽉 차게 만들어 놓는다.

 요즈음 유난히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예본인 어느 날 딸과 함께 주변의 커피숍을 갔다. 그곳에서 예본이 할아버지와 비슷한 인상의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고 한다. 예본인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번 쳐다보고 또다시 쳐다보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시간의 흐름 속에 예본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변화가 나타난다. 

 길을 걷다 만난 꽃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예본이,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에게 가만히 다가가 그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못내 학생들은 방긋 웃고 만다. 그때 예본인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이젠 제법 많이 자라 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얘기를 하다 보면 마치 친구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우리 친구 같다’고 말을 하자마자 예본인 ‘그랬니 너’라고 말을 한다. 지난해 어린이날에 까이유라는 책과 CD를 사 주었다. 예본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눈을 뜬 후 까이유 책을 보고 CD를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의 유일한 취미 중의 하나인 영어공부가 예본이와 나 사이를 더욱 가깝게 이어준다. 아빠가 학교를 간 사이 예본인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아빠를 찾다가 ‘Dad is in the school’이라고 흥얼거린다. 딸이 사 온 피자를 펼치면서 '아! 맛있겠다' 하는 순간  It‘s time to eat 이라고 한다. 아직  영어 단어나 영어표현을 모르는데 들리는 대로 따라 한다. 

 평상시 웃을 일이 많지 않은데 예본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웃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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