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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Dec 25. 2023

지금 나 잘하고 있나요

  오프라 윈프리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인터뷰를 하며 40여 년에 걸쳐 5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나 자신의 존재가 중요한 지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든지. 유명한 가수가 되었든, 범죄자가 되었든지 인터뷰를 마치고 오프라 윈프리를 대할 때 누구나 하는 말이 ‘저 괜찮았어요’라고 묻곤 한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자신의 진실을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커피숍을 한지 십오 년 접어들며 한국소비자산업평가 ‘카페 디저트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커피숍도 많고 사람들의 관심이나 반응이 워낙 까다로워 그 분야에서 ‘내가 어떻게, 어떠한 길로 가고 있는 것인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인가’ 늘 의구심이 들곤 했다. 며칠 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사람들과 진심이 통하고, 열정과 관심을 알아주는 것에 더욱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되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한 커피숍에서의 시간은 아직 2년이 채워지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가장 큰 변화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생긴 것이다. 남편이 퇴직 후 함께 일하게 되었다. 되돌아보니 혼자서 하던 일을 남편과 같이 나누고 고민하며 평범한 일상에서 일궈 낸 결과라고 생각하니 뿌듯함으로 감개무량하다,

 얼마 전 결혼식 청첩장을 받은 적이 있다. 거기에는 ‘TWo are better than one.’이라고 쓰여져 있다. 백짓장도 혼자서 드는 것보다 둘이 드는 것이 낫다고 열심히 힘을 합쳐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기적을 만드는 것을 매일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오랜 시간 긴 여정을 커피숍에 몸 담고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어저껜 잘 알고 지내던 분이 오셨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승진을 해서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기도 했다며 그동안 소식을 전한다. 앞으로 자주 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커피숍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관계가 유지되거나 확장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영어 원어민선생님과 전시회 작품을 출품하며 축하의 의미로 자연의 녹음이 울창한 숲속의 전원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숍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전원카페를 하고 싶다라고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지금 내 나이를 생각하면 그리 젊은 나이도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나이는 이십 대 혹은 삼십 대인데 난 왜 커피숍을 하고 싶어 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커피숍이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자주 보다 보면 멀리에 있는 친구보다 더 가까운 친분이 있는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며칠 전 커피숍 근처의 상가 사장님은 사위가 잘 먹어 만든 도가니탕이라며 가져다주신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는 것을 부러워하며 자신이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을 글에 담고 싶다고 카카오톡을 주고받는 친구와 같은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아직 밝아오지 않은 이른 아침 눈을 뜨며 오늘을 위한 커피숍의 빵을 만드는 과제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 지금 잘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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