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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rk Mar 15. 2021

유소유

세상에 반하는 나의 가치관

내 인생 가치관은 유소유다. 얼마 전에 논란이 된 혜민 스님이 의도치 않게(?) 가지게 된 별명처럼 풀소유라고 해도 무방하다. 조금 속물 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돈이 가져다주는 여유가 좋다. 


요 몇 년 동안 무소유, 미니멀리스트와 같은 무언가를 비워내는 개념이 꽤나 유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런 개념들에 큰 공감을 사지는 못했다. 이유는 간단한데, 미니멀리즘을 예로 들어보면, 이 컨셉을 소개하는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대부분의 결론은 이런 식으로 난다:


“내가 이것저것 엄청나게 사보면서 느낀 점은, 끝이 없다는 점이다. A를 사면 B를 사고 싶고, B를 사다 보니 더 좋은 브랜드의 B를 사고 싶고,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 끝이 없더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므로 결국 끝없는 소비의 굴레에 빠지고 만다. 그 굴레에 빠지기 전에 여러분들은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히 일리 있는 말이고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내 관점에서 저러한 글들의 공통된 모순은 - 대부분의 무소유 컨셉을 말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성공’의 위치에 가 보았고 (혹은 백만장자가 되어본),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집, 차, 건물 등의 부를 소유해 보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소유와 같이 이런 '듣기 좋은'류의 트렌드가 계속해서 생기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위안에 빠질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사실 나는 부자들이 부럽고 그들처럼 되고 싶음에도,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해버리면 현실에 어느 정도 안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부정하면 루저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나의 인생 모토는 무소유라던지 YOLO라던지 하는 트렌드에 욱여넣는 것이다.


조금은 여담으로, 이러한 점이 내가 자기 계발서나 힐링 관련 책이나 강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다. 성공한 사람이 다수의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어떠한 듣기 좋은 개념을 전파하는 것, 나는 이런 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야를 막는, 일종의 집단사고 (Groupthink)에 빠지게 하는 것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Photo by Daan Stevens from Pexels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누가 뭐라 하던 아직 그 ‘성공’의 맛이 뭔지 궁금하다. 돈도 더 많이 벌고 싶고, 건물도 사고 싶고, 이것저것 더 많이 하고 싶다. 설령 나중에 이 모든 것들을 이룬 뒤에 저런 말을 했던 저자들과 비슷한 말을 한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나는 별로 공감하지 못하겠다.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고 나서 이런 생각이 더 굳게 잡혔던 거 같은데, 나는 돈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이 좋다. 여자 친구와 좋은 레스토랑에 가도 부담이 안되고, 온전히 쉴 수 있는 내 집이 있고, 사랑하는 고양이에게 해주고 싶은 거 다 해줄 수 있음에 있어서 돈이 차지하는 부분은 정말 크다. 학생 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돈이 없어서 못쓰는 때와, 있는데도 안 쓰는 것의 차이는 심리적으로 엄청나다. 물론 돈이 행복의 전부라는 뜻은 절대로 아니지만, 돈이 행복을 이루는 %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 않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그런 부분을 깨달았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유로운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기에, 돈이 주는 가치에 대해서 (유소유에 대해서) 앞으로 하나하나 솔직하게 적어 볼 것이다. 나는 항상 겸손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돈 앞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다. 사실 이게 내 꿈이고 내가 정한 나만의 성공이다. 나는 돈이 가진 인식을 바꾸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 모두 부자가 됐으면 좋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음에도 부자에게 이상하리만치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 아마도 뉴스에서 가끔 나오는 재벌들의 갑질이나 비도덕적인 일들이 그런 이미지를 형성한 것 같은데, 이런 식의 뉴스는 사실 다수가 아니기에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다. 아니면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단순히 현실 부정일 수도 있다.


부자를 시기 질투하고 미워하며 현실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은 무엇이 달랐기에 그렇게 되었는지 고민하며 나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할 것인지의 선택은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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