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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Mar 07. 2023

전세에서 월세로...

길을 가다가 돌을 맞았다.

머리에 피가 흐르는데 멍하다.

잠시 후에 아픔이 느껴진다.


가만히 주저앉아 있고 싶지만,

병원에 가야 한다.


병원에 가야 하는 게 맞는 건가.

돌 던진 사람과 싸워야 하는 건가.


몸은 잘 안 움직이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어느 날

낮에 아내가 톡을 보내왔다.

집주인이 집문제로 만나자고 한단다.  

세입자 입장에서 집주인이 연락 오면 불안하다.  

이번에는 특히 느낌이 싸했다.


'괜찮아, 괜찮아.'

마음을 다독여 보지만, 팔을 바라보니 떨고 있었다.

그래, 안 괜찮다.   


공황이 오고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할까?

나의 마음 상태가 곧 몸 상태이다.  

손이 떨린다든가, 가슴이 아프다던가.

많이 불안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저녁때 아내와 집주인이 통화를 한다.

역시나 집주인이 나가달라 한다.

급한 사정이 생겨 다시 들어와 살으셔야겠단다.

원래 작년이 계약만료였지만, 구두로 연기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2년 연장이기에 올해는 무사히 넘기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집을 빨리 구해야 하나?

배 째라 버텨야 하나?


혼란스럽다.

대출도 알아보고,

집을 알아보았다.


기분이 좋지 않다.

추가대출은 현재 어렵고,

현재 보증금으로 갈만한 집도 없다.

3년 사이에 집값은 어쩜 그리 올랐는지..

그렇다면 어떡하지?


첫날 밤잠을 설쳤다.

반면 아내는 충격이 너무 컸는지(?)

그대로 기절하듯 잠드셨다.

 

상황이 월세로 몰아간다.  

좋아할 만한 일은 기존에 있던 빚이 없어진다는 것.   

물론 대출이자보다 월세가 훨씬 비싸다.

부정적인 마음이 속삭인다.


'만약 공황장애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집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너무 멍청해서 그런가.'

'지친다.'


다시 생각해 본다.

'공황이라서 그렇기보다, 방 빼라는 말에 힘들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일을 어찌 예측하리.'

'조금만 버티면 개학이다.'


부정적인 마음에 먹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오랫동안 우울과 불안에 안주해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의 힘이 좀 생긴 걸까?

마음이 힘들어 평소보다 더 누워있기는 하였지만,

내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그래 그 사실에 만족하자.





집주인 연락 후 한 달 안에 계약과 이사가 마무리되었다.

진짜 얼떨떨하게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왔다.

쌍둥이 입학도 겹쳐서 진짜 정신없는 한 달을 보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동안 오고 싶었던 1층이라는 사실.

텃밭도 있어서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벌레가 얼마나 나올지 겁도 나지만,

아이들은 신이 난 것 같다.

쉬지 않고 안과 밖을 들락 나락 거린다.

집에서 쿵쿵대도 엄마아빠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텃밭 쪽 문까지 있어서 아이들이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해서 정신이 없다.



나는 이 집에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미 이 집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전에 집에서 3년간 추억을 쌓았듯이 이 집에서도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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