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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Feb 11. 2023

당연하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아주 어릴 땐 밥 세끼 먹는 것을 당연하게 느꼈다.

조금 크자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한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취를 하며, 밥 챙겨 먹는 게 쉽지 않구나를 몸으로 더 실감하게 되었었다.

내가 주양육자로 밥을 차려주는 입장이 되니, 당연한 것이 아니구나를 절실히 느낀다.


 

생산자의 수고, 유통, 이런 세부적인 것까지 갈 필요도 없다.   

메뉴를 생각하고, 재료를 사고,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나의 노동력과 생각이 들어간다.

아이들은 한마디로 이 모든 것을 쟁취한다.  


"배고파!"

거기에 더해 삼 남매께서는 밥만 당연하지 않다.

밥 먹자마자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아빠 간식은?"

그래 너네들한테는 간식마저 당연하구나.




얼마 전 시각장애인 엄마 동영상을 보았다. 부부가 모두 시작장애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분유 타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몇 번 해보면 요령이 생긴다.

하지만 이분은 분유를 타기 위해 방법으로 종이컵으로 미리를 맞춘다고 한다.

가장 안타까웠던 대사가 있었다.


분유도 문제인데 사실 더 문제는 약이에요


영상에서 약의 미리를 맞추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맞춰주신다고 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쉬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던 일들이 누군가에게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는 공황장애로 인해 당연히 부모니까 해주어야지 생각하던 것을 못하게 되었다.  

공황 초반 아이들과 집 앞 놀이터도 가지 못했었다.

그 당시 아이들의 소원이 아빠랑 같이 놀이터에 가는 것이었다.

집 앞 공원에 처음 나간 날 아이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나간 지 얼마 되지않아 다시 들어와야 되는 상황에 아이들이 실망했던 것을 기억한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단 아이들과 밖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당연하지 않음을 잘 안다. 때로는 아직도 나가기 어려운 날도 있다.     



말은 당연한 것이 없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당연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 듯 말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고, 돈 걱정 없는 것이 당연한 삶이 되고 싶다.

살면서 괴로운 것을 많이 알아가는 것보다, 더 누리는 삶을 살고 싶다.

문득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더 알아가는 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면, 대부분 불편함과 고통을 수반한다.

손가락만 살짝 베여도 고통이 있고, 그로 인해 손가락의 소중함을 알 듯이 말이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보다, 천진난만한 아이로 남고 싶다.

배고프면 건강과 뭐 먹을지 고민하기보다, 밥 달라고 외치고 싶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해결책을 찾기보다, 아프다고 마음 편히 울고 싶다.  

그냥 아이처럼 웃고,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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