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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Mar 18. 2023

봄인데, 아이들 뭘 먹여야 하나?

봄 제철음식은 잘 모르니, 인터넷의 도움을 받자. 쑥, 달래, 냉이, 취나물 등이 있단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제철음식을 할 능력은 주어지지 않았다. 사실 몇 번 시도해서 음식이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노력 대비 나오는 결과물이 허무하다.



 먼저 시금치, 시작은 창대하나 결과물을 조그마하다. 진짜 처음 해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맛은 내 입에 맛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어느 날 첫찌가 갑자기 느타리버섯이 맛있다며, 해달라고 했다.

“맛있어.”

분명 대답은 맛있어인데 많이 먹지는 않는다. 나머지 둘찌, 셋찌는 거의 먹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먹지 마!

안 좋은 기억들이 갑자기 떠오른다. 결국 봄 제철음식을 혼자 검색해 보고, 혼자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았다.   


        




봄이 왔다고, 봄 제철음식을 꼭 해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늘 잘 먹던걸 먹이면 되지 않을까?

첫째는 진미채와 미역국을 좋아한다. 그냥 해주련다.

둘째는 면은 다 좋아하고 국물류를 좋아한다. 면을 먹이자.

셋째는 된장국과 생오이를 좋아한다. 신기하다.   

셋이 좋아하는 것을 돌아가며 주면 되겠다.

요리할 힘이 없으면, 배달의 민족과 맛있는 반찬가게들이 있으니 말이다.

요즘 반조리식품이 너무 잘 되어있다. 반조리식품 세 아이가 잘 먹는 것 하나 찾으면 기분이 좋다. 진짜 득탬 한 기분이다.      

방과후교실만 시작하면, 조금 더 요리를 해주련다. 나물도 여유되면 하나쯤 해볼까?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 일찍 오시니, 손 많이 가는 요리는 힘들다.   

봄이 지나고 여름 되면 더워서 요리하기 힘드니, 방과후교실 시작하면 바짝 힘을 내보아야겠다.           



봄이 오면 무슨 반찬을 해줄지 고민하면서 쓰다 보니, 결국 하던 대로 하자라는 결론이 난다.

그래 별수 있나, 괜히 무리해서 알아 눕는 것보다 괜찮겠지.

남이 해주는 맛있는 나물이 먹고 싶다.

남이 해주는 비빔밥도 먹고 싶다.





문득 언젠가 내 아들딸들이 요리를 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제 모두 초등학생이니, 칼질 좀 가리치고, 계란프라이나 라면정도는 가르쳐도 될 것 같다. 

내가 겁이 나서 그렇지, 세 명을 한번씩 시켜주려면 시간도 많이 걸려서 내가 번거로워서 엄두가 잘 안 난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화내지 않고 잘 가르칠 수 있는 마음의 준비. 

아내는 초등학생 때 스스로 도시락을 싸갔다고 하던데, 요리교육은 아내에게 넘길까?



아이들이 요리를 익혀 아빠를 해준다고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가르치는 과정 없이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영영 안 올지도 모르지만, 삼 남매가 아빠를 위해 요리하는 모습이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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