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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Mar 26. 2023

잔인하지만 맛있어.

우리 아이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아빠가 살아있는 새우 사 왔었잖아."

"그거 그만 이야기할 때도 되지 않았니?

"하지만 계속 기억나는 걸 어떡해."

"알았어."




예~전에 살던 집 근처에는 커다란 시장이 있었다.

아이들이 새우를 좋아해서 주말에 시장에 갔다. 팩에 담긴 새우만 사봤었는데 문득 살아있는 새우를 가지고 가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볼 수 있게, 큰 그릇에 담아 보여주었다.

'파닥파닥'

"""까약~~~~!!!"""

아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도보 20분 거리에 시장이라 집에 도착하면 새우들이 얌전해(?)질 줄 알았는데 활기차게 파닥 거렸다.

아이들은 뒷걸음치며 도망갔다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아이들이 진정이 된 것 같았다.

"이제 실컷 봤지? 이제 아빠가 맛있게 구워줄게."

나는 파닥거리는 새우들을 에어프라이어에 넣었다.

그렇게 에어프라이어가 작동되는데

"잔인해."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그럼 먹지 마."

"맛있어."

그렇게 잔인하다는 말을 남발하며, 발라주는 새우를 맛있게 냠냠 드셨다.



그 일이 있은지도 4~5년 정도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살아있는 새우를 구워 먹은 걸 기억한다. 정말이지 아아들에게는 강렬한 기억이었나 보다.

지금은 차마 엄두도 못 낼 것 같은데, 그때는 무슨 용기였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은 잊힐 만하면 자꾸 이야기해 줘서 살아있는 새우를 먹었던 것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살아있는 생선 잡아서 바로 회집에서 회 떠먹은 기억도 까마득하다.

언젠가 아이들과 바다에 가서 살아있는 생선을 골라 회를 먹는 날이 오겠지?

벌써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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