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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Feb 27. 2023

D-day 의미

어린이집 졸업

"10번 남았어."

"5번만 가면 이제 못가."

"3번 밖에 못 가는데 어떡해."

"2번 남았어."

"오늘이 마지막이야."


최근 매일 어린이집 가는 D-day를 세었다.

아이들이 묻지 않아도 굳이 내가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

3년간 즐겁게 잘 다녀서 그런지, 아쉬움이 크다.

마치 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느낌이 든다.


부모도 졸업식을 참여하면 좋으련만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만 참여하였다.

나중에 영상으로 아이들의 졸업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졸업 날 쌍둥이는 선물을 캐리어에 한가득 들고 왔다.

많이 가져올 것은 예상했지만, 캐리어까지 선물로 주실 줄 예상도 못했다.  

네개의 눈이 날 노려보고 있다

졸업식에 직접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뭔가 끝났는데,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일단 아무도 학교를 안 가니 아내 빼고는 모두 늦잠 잘 수 있으니 좋다.


내 아쉬운 마음을 담아 무엇이 제일 아쉬운지 둘찌, 셋찌에게 물어보았다.

둘찌는 어린이집 활동이 좋았나 보다.  

"에어바운스 못 타게 되어 아쉬워."

셋찌는 사람이 좋다.

" 00 못 보게 돼서 아쉬워."


동네가 좁아서 학원이나 학교를 다니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에어바운스도 타보기 쉽지는 않지만, 살다 보면 어린이인 이상 타 볼 날이 있겠지.

당분간은 백수로 지내면서 자유를 누리렴.


아빠는 이제부터 입학식 날까지 남은 날을 세어보련다.




요즘 부쩍 D-day를 많이 세는 것 같다.

일단 아이들 졸업하는 날이 큰 D-day를 세는 의미였고,

이제는 아이들 등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이리 아이들의 졸업 날짜를 세고, 남은 방학의 날짜를 세고 있는 나를 보며, 내가 숫자에 집착하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이 번뜩 들었다.


'만약 모든 것들이 가 D-day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고3수험생의 수능날짜가 없고, 군인의 전역날짜가 없고, 임산부가 아이가 언제쯤 태어날지 알 수 없었다면!

정말 끔찍하지 않을까?


날짜를 셀 수 있고, 그 D-day를 기다린 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 아닐까?

날짜를 세며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견디면 내리막이 있을 거야.

조금만 더 하면 잠시 쉴 수 있어.

이렇게 나에게 힘을 주고 있지 않았나 싶다.


나의 전체의 인생을 봤을 때 차마 그 크기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짧은 내 앞에 일의 날짜를 헤아려보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가장 큰 위안은 정말 개학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이다.


3월 쌍둥이 학교 가는 것이 긴장되고, 나의 몸뚱이가 어떻게 잘 적응할지 걱정도 되지만, 무엇이든 방학생활보다는 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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