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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Sep 01. 2023

할아버지의 계획

'감자이웃'을 읽고


'감자이웃'은 참 훈훈한 이야기이다.

아파트에 화단을 가꾸는 할아버지가 감자를 이웃에게 전해주면서, 이로 인하여 할아버지께 그 감자로 요리해서 갔다 드리고, 어색하던 이웃들이 가까워진다는 이야기이다.


문득 요리를 받은 할아버지의 그림이 새롭게 다가왔다.

혹시 이 할아버지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음식을 얻어내기 위한 큰 그림은 아니었을까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표정이 ‘계획대로 되었군.’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너무 확대 해석한 것 같지만, 나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가 요리를 못할 것이라는 것이 편견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현재 할아버지 세대가 남자가 일반적으로 요리를 하지는 않는다.

텃밭은 자신 있으니, 자신 있는 텃밭으로 맛있는 음식을 얻어내었으니, 어찌 보면 윈윈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텃밭에 있던 보리수를 따서 주변에 나누어 준 적이 있다. 그때 할아버지처럼 요리로 받지는 않았지만, 뜻밖에 과일과 과자가 다시 되돌아왔다. 아니 우리가 준 건 별거 아닌데 너무 큰 걸 돌려받는 것 같아 아내와 장난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거 남는 장사인데.”

문득 그때가 떠올라 이 할아버지의 큰 그림이 아닐까 무턱대고 의심해 보았다.

나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쁨이 되는 것 같다. 때로는 그 기쁨이 물건으로 돌아와 더 좋을 때도 있다.

어쩔 때는 받는 것이 부담일 때도 있다. 뭔가 다시 갚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나눈다는 것은 사실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내 호의가 부담이 될 수도 있기에, 남의 호의가 내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안 나누는 것보다, 나눌 수 있을 때는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림책처럼 엄청 훈훈하지는 않을지라도 안 나눌 때 보다 나눌 때 더 따듯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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