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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Sep 11. 2023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새로 이사 온 집 앞에는 대추나무 한그루가 있다.

가을이 되면 대추가 많이 열려 소쿠리를 가져다 놔야 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입추가 지나고도 열매는 커녕 가지마다 

자라다 만 것같은 작은 풀들이 가득했다.

빌라 내 이웃분이 내게 말을 하였다.

“저거 저대로 두면 쓰러져요. 가지치기하셔야 돼요.”

사실 나도 나무를 볼 때마다 저리 나눠도 괜찮을까 생각했었다.

이웃의 말을 듣고나니, 대추나무가 더 병들어보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가지치기는 겨울에 해야된단다.

3월에 이사 왔는데, 알 리가 있나.

기존에 살았던 분으로부터 집주변 나무가 존재하는 것만 전해들었다. 나무에 대한 지식도 없다.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나무를 보니 뭔가는 해야될 것 같았다. 서둘러 가지치기 가위를 구매했다.

인터넷 지식인을 통해 가지치기 공부도 했다.

가지는 겹치지 않게 잘라줘야 한다.

그렇게 아내와 나무 앞에 당당히 서서 겹치는 가지들을 열심히 자르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다가온다.

“전에 살던 할아버지는 어디 갔어요?”

“네 이사 가고 저희가 들어왔어요.”

“전에는 대추도 풍성하게 열리고 그랬는데, 왜 놔두나 했네요.”

“저희가 이사 온 지 얼마 안되서요. 나무가 쓰러질 것 같다 얘기들을 하셔서 가지치기하러 나왔어요"

“지금쯤 열매가 맺혀야 되는데, 이리 와 보세요.”

 우리 집 대추나무는 얇은 잎사귀가 힘 없이 있는 모습이었는데, 아저씨의 대추나무는 굵은 잎사귀와 열매가 풍성했다. 아저씨는 열매가 영근 대추나무를 보여주시고 나서 가지고 있는 사다리, 톱, 가지치기 가위 등 도구를 빌려주셨다. 먼저 시범을 보여주시며 가지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러고도 가지 않고 한참을 지켜보시더니 결국 팔을 걷어 붙이셨다. 

“내려와 봐요.”

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못 미더웠나보다. 그러더니 엄청난 속도로 가지를 쳐내기 시작한다.

‘와 가지는 저렇게 치는 거구나.’

아저씨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대추나무 주변이 환해졌다.


대추나무 한그루 가지 치는 일도 쉬운 게 아닌데 농사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지 잠깐이나마 경험해보니 존경의 마음이 생겼다.

아내가 이야기했다.

“우리는 전원주택 같은 곳에 못 살겠다.”

“아니야. 이렇게 해봤으니, 다 할 수 있어, 하지만 돈이 없지.”

할 수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누군가의 도움으로 또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런 뭘 고치거나 그런 것에 큰 재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대신 날 보고 답답해서 도와주게 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톱질을 하거나, 못을 박을 때면 옆에서 답답해하며 대신해주신 분들이 떠올랐다. 나도 몰랐던 재능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답답해 보이긴 해도, 우리 집에서는 내가 제일 물건을 잘 고친다. 장난감을 고쳐주거나, 낡은 손잡이를 바꾸는 것만 보아도 아이들은 외쳐준다.

“우아, 아빠 대단해.”

그래, 너네가 이렇게 아빠의 자존감을 채워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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