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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un 10. 2023

행복한 하루

간만에 행복감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 미역국과 계란말이를 하고, 아이들과 아내를 깨웠다.

오늘은 첫찌 불면증 치료받으러 가는 날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병원 갈 준비를 하는데, 첫찌가 텃밭에 가더니 의사선생님께 드린다며 보리수를 따왔다. 선생님께 드려도 되나 싶었지만,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줬다.  뭔가 드리고 싶어 하는 것을 보니 첫찌가 상담 등 치료받으면서 의사선생님께 마음을 많이 연 것 같다.


병원을 향하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하였다.  

"요즘 별일 없어?"

"응, 없어."

"특별히 즐거운 일이나, 특별히 힘든 일 없어?"

"응, 없어."

"그럼 별일 없는 이야기해줘."

여러가지 질문을 하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특별하게 즐거운 일이 없는 것이 너무 밋밋한가 걱정되기도 했다. 계속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무난하게 보낸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코로나로 1학년때는 학교를 거의 못 나가다가 학교를 다니면서는 조용할 날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무난한 것이 사실 어색한게 아닐까 싶다.  새삼 학교에 별일 없음에 감사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평소처럼 아이가 먼저 진료받은 다음, 내가 상담을 받았다.

 오늘은 의사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빠가 피곤하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 다 받아주지 마세요."

"그래도 전보다는 덜 피로해요."

내가 너무 아이의 욕구를 다 받아주는 것으로 보였을까? 많이 시키지는 않지만 나름 이것저것 시키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계속 기억에 남기는 했다. 좀 더 방임해야 하나? 고민도 되었다.

3주 만에 병원에서 무난하게 진료를 보았다는 게 좋았다.

보통 아이의 일상생활 수면을 얘기하며 약처방이 수시로 바뀌기도 하고 아이가 복용해야 되는 약의 개수가 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었다.

연휴기간 연속 새벽에 찾아온 것 빼고는 양호했다는 사실이 의사선생님께 말하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텃밭에 심을 봉선화 모종을 사 왔다. 우리가 할당받은 텃밭에 작물(음식)보다 꽃이 더 많은데, 하나 더 추가되었다. 봉선화 꽃이 예쁘게 피면 엄마와 딸들의 손톱은 주황빛으로 물들여지고 둘찌, 셋찌는 신나서 자랑하겠지?


코감기인 줄 알았던 둘찌가 농가진에 걸렸다.

어제 병원에 가서 진료받다가 알게 되었다. 코 안쪽으로 세균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심하지 않아 약 먹고

빠르게 회복 중이다.

둘찌가 먹고 싶다는 짜장면을 배불리 먹고, 오후엔 영화 보여 주면서 한숨을 잤다.

저녁은 아내와 함께 카레를 만들어서 먹었다.




그동안 아내의 야근으로 인해서 피로가 많이 중첩되어 있어서 늘 힘들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아내는 야근으로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아 골골대기는 한다.


그래도 뭔가 오늘의 무난한 하루와 아들의 무난한 학교생활을 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덧 쌍둥이가 학교를 다닌 지도 100일 가까이 되어간다는 것이 신기하다.



올해 반기도 끝나가고 하반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행복감과 충만감을 매일 느낄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즐거운 삶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바라는 건 아프지만 않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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