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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un 08. 2023

아내의 야근과 퍼즐

아내가 야근을 선포하셨다.

1월부터 홀수달마다 아내는 야근을 했다. 그래도  짝수달이 되면 아내가 일찍 귀가해주셔서 감사했다.

업무특성상 예상은 했지만 빨리 이 기간이 지나길 아내와 나는 간절히 원했다.  


나는 멘털을 지킬 것이 필요하였다.

우울감이 나를 사로잡지 못하게 할 무언가를 찾았다.

사은품으로 받은 1000피스짜리 퍼즐이 보였다.

1월 첫찌 겨울방학 때 500피스 퍼즐을 아들과 맞추며 버텨냈던 기억이 났다.

그래 이번에도 퍼즐을 해보자!

아들도 같이 동참해주리라 믿어의심치 않았다.

보통 퍼즐을 시작하면 아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많은 퍼즐피스들과, 얼핏 보기에 무늬가 다 비슷해보이는 그림에 뒷걸음질 치셨다.


퍼즐양이 많으면 무턱대고 쏟아서 하면 안된다.

나는 먼저 색깔 별로 나누고, 가장자리를 모양을 구분하기 시작하였다. 분류만 하는데도 힘들었다.

'괜히 시작하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류가 끝나고 가장자리를 맞추기 시작하자 아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가장자리 맞추는 것은 틈틈이 도와주더니, 가장자리를 완성하자마자 떠나가 버렸다.

딸들도 슬금슬금 다가와 맞추어 보려고 하였다.

"아빠 이거 맞아?"

"아니야."

"아빠 이거는?"

"아니야. 네가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

사실 아빠도 어렵다. 그래서 영리한 아들이 진작에 손 털고 나간 것이겠지.

그렇게 저녁시간을 아이들과 놀아주기보다는(원래도 안 놀아주긴 한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씻기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앉아서 퍼즐을 맞추는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지키기 위한 것이라 다독이며 작업을 지속해 나갔다.


아내가 야근이 끝났을 때는 2/3 정도 완성 되었다. 아내도 합류하여 조금 도와주다가 도망치면서 한마디 하였다.  

"대단하다. 자기 많이 힘들었구나."

"어."

그렇게 아내의 야근을 견뎌온 나는 약 한 달에 걸쳐서 드디어 완성하고 말았다.

이 비슷비슷한 색깔들을 다 맞추었을 때 쾌감이란..

다만 아쉬운 것은 퍼즐하나가 모자랐다.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라 보내달라 하기도 애매모호한 그런 상황이라.

약간의 아쉬움을 날리고자 한다.


1000피스 맞추고 나면 다시는 안 하고 싶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것을 맞추고 싶어졌다.

고민이 된다.

조금 쉬었다가 아이들 방학이 시작하면 사야겠다.(방학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프다.)


1000피스를 맞추며 느낀 점은 느긋하게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100피스 같은 것은 한 번에 끝내 버리자 라는 생각이 강하다면, 1000피스는 애초에 한 번에 할 수 없기에 짬짬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이들이 필요에 따라 불러도 그대로 놔두고 움직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 할 때도 잡생각이 들지 않아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한 정말 같은 검은색인데, 이쪽 검은색인지 저쪽 검은색이 모르고 맞추다가 어느 정도의 윤곽이 보일 때 그 쾌감이 상당하다.

내가 퍼즐을 좋아할 줄 몰랐지만, 나 스스로에 대해 새로운 나를 발견한 기분이다.



새로운 퍼즐을 골라봐야겠다. 2000피스는 너무 어렵겠지?

마음에 드는 1000피스를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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