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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Dec 13. 2022

왕관의 최후

부전여전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무슨 일이 있나?(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연락 오면 긴장된다.)

동강 난 왕관 머리띠


이어서 메시지도 왔는데 빵 터졌다.



아니 내가 그렇게 혼내지 않은 것 같은데

혼날까 봐 미리 말해 달라니..

하원하고 집에 들어와서 물어보았다.


"셋찌야, 평소에 아빠가 너가 뭘 망가뜨렸다고 혼내지는 않잖아. 왜 선생님께 미리 말해달라고 했어?"

"생일 선물이라 혼날 줄 알았어."

"어린이집에서 많이 울었어?"

"응, 오늘은 인생 최악의 날이야."


셋찌는 내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서럽게 우는 셋찌를 안아주며 다독여주었다.

다울고는 개운해졌는지 웃으며 놀기 시작하셨다.

그러다 또다시 세상 침울한 표정으로 코끼리 장난감 하나를 가져오셨다.

코끼리 코가 떨어졌다.


통곡까지는 아니었지만 한마디를 하고 사라지셨다.


"오늘은 인생 최악의 날이야."


그렇게 슬퍼해 놓고 신나게 집에서 뛰다가 혼이 다.


그래 이제  왕관에 대한 슬픔이 끝난 줄 알았다.

밥을 먹는데 다시 슬픈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 머리띠..."

눈에서 보이면 계속 생각나니 치운다고 책장 위에 올려놨는데..

식탁에서 딱 보이는 위치였던 것이다.


이제는 속지 않는다.

셋찌가 머리띠 이야기할 것 같아서 언제 하나 지켜보았다.

역시나 자기 전에 한마디


"아빠, 머리띠 다시 사주면 안 돼?"

"음.. 생각해보자."

(응 안 사줘)






셋찌는 물건을 많이 망가뜨리거나, 잊어버린다.

툭하면 자기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서 찾는다.

그리고는 세상 슬픈 표정과 말투로 울 것같이 말한다.


"없어졌어.."

"잘 찾아봐."

"없어.. 훌쩍.."

"에휴.. 있어봐."

그러고 내가 찾아준다.

"여기 있네."

"예~! 아빠 최고!"

금방 슬펐던 기색은 날아가 버린다.

문득 어릴 때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  내 장난감이 없어.(시무룩)"
"여깄잖아."
"?"             


그래 너는 내 딸이구나.  


그래도 왕관은 이미 장렬히 전사했으니,

미련을 갖지 말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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