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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an 23. 2023

세 번의 폐원을 경험하며

12월 어느 날

둘찌, 셋찌가 어린이집에서 봉투를 받아왔다.

'웬 봉투지? 이번 졸업사진 관련 안내인가?'

생각하며 봉투를 열어보았다.


내용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아..."

"왜 아빠?"

"뭔데?"

이걸 말해줘야 되나? 그래도 알아야겠지...

그것은 어린이집폐원안내 가정통신문이었다.


"어린이집 닫는데."

"왜? 그럼 6살이랑 동생들은?"

"왜 없어져?"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어린이집을 유지하기가 어렵데."

참 아이들에게 좋은 어린이집이었는데,

이렇게 없어진다니...


사실 어떻게 보면 둘찌, 셋찌는 졸업하는 시점이라서 우리 가정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초등학생 저학년까지는 나름 마음의 고향일 텐데..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른들이 모교가 없어지는 마음과 비슷한 마음일까?

아니면 더 슬퍼할까?

일단 단속을 시켰다.


"어린이집 가서 괜히 이야기하고 그러면 안돼!"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원장선생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첫 번째 폐원 경험은  첫찌가 다녔던 첫 어린이집이었다.

4살에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경험했던 곳이었다.

적응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잘 다니고 있었다.

5살반 올라가기 직전 2월에 갑작스러운 폐원 안내문을

받았고 멘붕이 왔었다.

둘찌, 셋찌가 아직 돌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급하게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느냐고

특히 아내가 맘고생 몸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인 첫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아이라서

새로 가게 된 어린이집 적응이 어려울 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다.

염려와 다르게 첫찌가 금방 적응하고,  

오히려 잘 지내고 신나 하면서 다녔다.


두 번째는 큰애가 졸업할 때, 엄밀히 말하면 폐원은 아니고 원장선생님그만두셨다. 재정악화로 폐원을 막기 위해 영어유치원으로 변경하면서 원비인상과 동시에 원장님도 새로 바뀌었다. 기존에 계시던 선생님들 역시 다 그만두시게 되었다.

사실상 이름 말고는 모든 것이 바뀌는 상황이라

기존의 교육철학을 선호했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대부분 다른 원으로 옮겼다.


당시 우리 삼 남매를 같이 보내고 있었다.

큰아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사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큰 지장은 없었다.

큰아이는 졸업을 둘찌, 셋찌는 수료를 하며 마무리했다.

졸업식날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도 아쉽고 안타까움에  

많이 울었다.






이렇게 사라지는 어린이집을 보면서,

정말 아이들이 사라져 가는구나 느낀다.

둘찌, 셋찌 밑으로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서

어린이집이 유지가 안된다니...


주변 지인들 중 나처럼 다자녀가정들을 봐왔던래서

뉴스에 나오는 출산율 감소는 직접 와 닫지는 않았다.

그런데 바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 폐원을 보니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출산율 감소의 문제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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