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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an 25. 2023

독박육아

아내의 야근이 무섭다.

일요일 어느 오후.


"이번주 야근이야. 주말은 출근 안 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

"..."

분명 저번주도 야근이었는데, 이번 주도 주 5일 야근하시고, 주말 출근도 예상하셨다.

나는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의 야근과 아들의 방학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전화기를 들었다.


"뚜르르르."

"엄마, 이번주에 첫찌 보내도 돼요?"

"그럼."

'아싸!'

마음을 졸이며 전화했는데, 다행히 가능하시다고 하셔서 그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내는 야근으로 둘찌, 셋찌가 잠들고 한참 후에 들어왔다.

그로 인해 나는 둘찌, 셋찌와 찐한 독박육아를 시작하였다.

마치 4인가족인데, 아내는 일밖에 모르고, 아빠와 딸들은 엄마만 기다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예상했지만 나를 곤란하게 하는 일들이 생겼다.



처음 난관은 저녁 3인분 준비였다.

늘 5인분이나, 아들과 둘이 먹을 때 2인분, 3인분일 때도 있었지만,

3인분, 양 가늠이 잘 되지 않고, 이 딸님들은 면 말고는 딱히 잘 드시는 게 없다.



평소와 마친가지로 5일 내내 둘찌와 셋찌는 하원하면서 오빠를 찾는다.


"오빠~~~~~"

"오빠 어딨어?"

"오빠 할머니댁 갔잖아."

"아 맞다."

"오빠 보고 싶어."

오빠를 애타게 찾는 아이들.

오빠는 너희들 안 찾고 신나게 할머니랑 지내고 있을 텐데..



저녁을 먹고 시간이 지나 평소의 엄마가 올시간이 되면, 이제 엄마를 찾는다.


"엄마 언제 와?"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둘찌,셋찌 자면와."

이래서 습관이 무섭구나 싶다. 평소에 보던 시간이 되면 보고 싶어 지는 이 증상.

신기하다.

 

보고 싶음은 더 늘어나는 걸까? 평소에 잘 안 찾던 사람도 찾는다.


"할아버지 보고 싶어."

"못 본 지 오래됐어."

"할아버지는 이번 설에 볼 거야."

일주일을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보냈던 것 같다.

오빠 찾고, 엄마 찾고, 할아버지 찾고, 할머니도 찾았다.

누군가 보고 싶다는 것은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계속 듣기 좋지도 않다.

이제 그만하자.  



집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오빠 없어도 쌍둥이 둘의 수다만으로도 시끄럽지만,

뭔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흐음.. 분명 시끄러운데, 뭔가 허전해."

"아빠 오빠 없으니깐 조용한 것 같아."

"아니야 여전히 시끄러워, 오빠 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뭔가 비어있는 느낌이랄까? 3명이 떠들면 정말 꽉 찬 느낌인데 말이다.






기나긴 아내의 야근이 끝나고(일단 설이니), 첫찌가 다시 집에 왔을 때,

마음의 안정감이 찾아오고, 집안이 다시 가득 찬 느낌이 든다.  

딱 그 느낌만 누리면 좋으련만...


"오빠~~~~"

"야.. 하지 마"

"쿵쾅쿵쾅."

"애들아 뛰지 마!"



너무 시끄럽다.

이 걸 평안이라 부르기로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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