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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an 17. 2023

3無 주말

마음껏 분노하기

주말이다.

그런데 3가지가 없다.


체력이 없다.

아내가 없다.

약이 없다.


아직 몸살의 여파가 사라지지 않아 두통이 남아있고, 몸에 힘도 없다.

아내가 일찍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한다.

몸살로 인해 공황장애약을 받아오지 못해 못 먹은 지 3일이 되었다.


추가로 하늘에서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그래, 그런 주말의 시작이다.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아내를 떠나보내자

아이들은 놀고 싶어 했다.

그래 잠깐이라도 놀아주자 했다.

하지만 가지고 온 것은 부.르.마.블


네 명이서 막 시작해서 아직 화기애애한 모습


부루마블.. 평탄하게 게임하기 어려운 꼭 한 번쯤 누군가 울거나.

짜증 나게 되는.. 너무 일찍 사준 건가 싶은 그런 게임이다.

첫찌에게는 너무 재미있지만,

둘찌, 셋찌는 하고 싶어 하지만 게임시간이 길고 아직 돈의 개념이 잡히지 않아서

금방 스스로 파산해 버리는.. 그런 게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셋찌의 황금열쇠에 반액대매출이 나왔다.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해 가지고 있는 건물을 절반가격에 파는 것)

통곡이 시작되었다.

"으~~~ 앙~~~~"

"으~~~ 앙~~~~"

일단 달래주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야! 너무 한 거 아니야! 그 정도 가지고 그렇게 울면 어떡해!"

나의 첫 번째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 후로도 고비는 있었지만 게임은 끝까지 했다.


기간별 때로는 날짜별 자주 싸우는 대상이 다르다.

첫찌와 둘찌인 날, 첫찌와 셋찌인 날, 둘찌와 셋찌인 날 보통 경우의 수 3가지이다.

(가끔 미친 듯이 서로 싸우는 날도 있지만, 진짜 별로 없다. 그런 날은 정말..)

오늘은 첫찌와 둘찌가 서로 싸우는 날이었다.

주구장창 서로 미운말을 해대었다.

"오빠가..."

"오빠가..."

"오빠가..."

"아니 애가 자꾸만 날 건드려!"

"왜! 자꾸만 서로 배려 안 해, 자꾸 이럴래! 그러려면 같이 놀지 마!"

아이들의 고성에 나도 아낌없이 샤우팅을 날려주었다.


시간이 정말 안 간다. 아내도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힘듦을 아내에게 어필하며,

퇴근을 종용하였다.

아무 이모티콘 남발하기


주말인데... 아침 일찍 나갔는데...

언제 집에 오려나..

내가 보낸 메시지는 한참 후에나 읽었다.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냉장고가 비어있는 참에

기가 막힌 타이밍에 택배가 왔다.

지인이 보내주신 한우불고기

고기로 아이들과 저녁으로 먹으며

마음을 약간 진정할 수 있었다.


아내가 퇴근하고,

아이들 재울 시간이 다가왔다.

순간 내 마음은 감정이 요동쳤고

이러다가 애들한테 한바탕 더 쏟아낼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다.

잠깐이지만 혼자 걸으며  약간의 마음은 안정을 찾았다.

다시 집에 복귀했다.

빨리 씻고 자야겠다 생각했다.

그랬는데...

분명 그럴려고 했는데...

아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급하게 나갔다 들어와서 땀도 나고

비를 좀 맞기도 해서 내 몸은 축축하고 찝찝했다.

그래서 아들이 오지 않길 바라며 다급하게 외쳤다.


"아빠한테 오지 마!"

아들은 무시하고 나를 안았다.

(나중에 아들은 내 말을 못 들었다고 했다^^;; 허참..)


"아빠가 안기지 말라고 했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결국 나는 마지막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들은 놀라 하며 엄마에게 안겨 눈물을 훔쳤다.


하...

결국 마지막 화를 내고 말았다.

 

아이들을 눕히며 찔리는 마음에 사과하고 나왔다.


"셋찌야,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아빠 말 안 들어서 죄송해요."


"둘찌야,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아빠 많이 예민했던 거야? 졸렸던 거야?"

"아빠가 좀 예민했어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첫찌야, 아빠가 예민해서 화내서 미안해."

"아빠, 나도 아빠말 안 들어서 죄송해요."



그런 날이었다.

감정조절이 되지 않고, 눈물도 날 것 같고, 분노도 갑자기 튀어나왔다.

약을 안 먹어서 더 그런가 싶기도 해서, 너무 약에 의존하나 싶기도 하가다.

최종 마음을 점검해 보니 결론은 너무 많은 것이 나에게 없는 하루였다.  


약도 없고,

아내도 없고,

체력도 없고,

더해서 비까지 와서 그런 날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스스로 다독여 보지만,

마음에 남는.. 아이들

첫찌, 둘찌, 셋찌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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