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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an 14. 2023

깨달음

몸살을 쉽게 보지 말자. 

감기몸살이 났다.

처음엔 독감 또는 코로나인 줄 알았다.


몸살 첫째날

첫찌가 방학이란 걸 예상 못하고

평소보다 무리했다.

콧물을 시작으로 몸이 무거움을 느꼈다.

열은 없었으나 두통이 왔다.

밥 챙겨 먹어야 할 때, 설거지 빨래 등 간신히 했다.

첫찌에게 양해를 구하고(?) 누워있었다.

아들이 너무 심심해해서 중간에 체스를 두 판 정도 했다.

둘찌,셋찌 하원시키고도 누워 있었다.

아내에게 오늘은 좀 일찍 와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데.. 차가 막혀서 평소보다 늦게 왔다는;;;


둘째 날 아침

새벽부터 열이 났다.

고열 두통 오한 콧물 증상이 났다.

진료시간 맞춰 일찍 병원에 가서 검사받았다.

요즘엔 코로나와 독감 동시에 할 수 있는 키트도 있단다.

'두 가지 검사니 두 배 아픈 건 아니겠지?'

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검사를 받았다.

아프긴 했다.

결과는 음성. 독감도 아니라고 했다.

주사를 맞으면 한결 나을 거라고 해서

오래간만에 엉덩이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어머니께 SOS를 했다.




오전에 한 숨 자니 조금 살 거 같았다.

어머니가 감기에는 콩나물국이라며,

콩나물국을 끓여주셨다.

그런데 집에 식기, 양념등 위치를 모르신다.


"공삼빠야. 간장 어딨어?"

"여기요."

"새우젓 깜빡했네. 새우젓 있니?"

"여기 멸치액젓 있어요."


나는 누웠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어머니께 알려드렸다.

저녁 먹기는 반찬이 없어서 나가서 장까지 봐왔다.

저녁은 어머니가 사 오신 굴비도 맛나게 먹었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둘째 날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셋째 날


나의 어머니는 아주 깔끔하시다.

어제도 우리 집에 도착하자마자 청소를 하셨다. 

내가 잠들어 있던 방을 제외하고..

컨디션이 조금 올라온 내가 방을 나서니

바로 내 방의 이불을 다 드러내고 치우셨다.

"주방 정리해도 되지?"

"네, 그러세요."

어찌 어머니를 막겠는가. 


"공삼빠 먹고 싶은 것 있어?"

한참 고민을 하였다. 내가 할 수 없고, 맛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잡채요!"

난 잡채 재료를 사러 장을 보러 가야 했다.

잡채는 맛있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데리고 가시고

아들이 친구와 논다며 나갔다.

잠시지만 혼자 있는데 너무 좋았다.


셋째 날 오후 

아직 아프지만, 나 혼자 아이 셋을 감당해야 했다.

아내는 야근을 해야 해서 일찍 올 수가 없었다.


하원 후 본격적으로 밥을 먹이고, 씻겼다.

이후엔 누워있었다. 아이들 셋이서 아주 잘 놀았다.

첫찌는 아빠가 걱정 됐는지 자기가 스스로 이불도 피고,

애들도 자기가 재우겠다고 애들을 데리고 가서 눕혔다.





몸살 나고 3일 동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았던 것 같다.

공황장애로 인한 무기력감과 아픈 것은 여전히 구분이 어렵지만, 

코로나나 독감이 아니어도 감기몸살은 아프구나.

엄마가 해주는 밥은 맛있었고, 몸은 편했지만 혼자 있는 게 마음은 편하구나.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참 많구나. 우리 아이들까지 그렇게 걱정할 줄이야. 


우리 아이들이 새삼 더 컸음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아파 누워있어도, 자기들끼리 잘 놀고, 아빠를 걱정해 주는 모습이 기특했다.  


이 시간도 결국 지나가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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