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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an 05. 2023

마지막 자유시간

겨울방학

첫찌의 방학식 날이다.

본격 겨울방학의 시작이다.

점심도 먹지 않고 오셔서 나에게는 자유시간이 얼마 없다.


이 황금 같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밖에서 좀 걷고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 할까?

걷기는 너무 춥다.

그리고 첫찌의 기관지염으로 기침을 하는 관계로 천상 병원에 가야 하니,

그때 걸어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람을 만날까? 

택도 없다. 지금 연락해서 만날 사람도 없거니와,

사람을 만나고 나면 에너지가 남김없이 사라지는 사람으로서

첫찌의 오후를 감당할 수 없다.


영화나 볼까?

당기는 영화가 딱히.. 지금은 없다.

영상으로만 시간을 보내기는 아깝다.



결론은...



브런치에 글쓰기

브런치에 글을 쓰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소중한 시간을 뭔가 흘려보내기보다.

느끼고 싶어서 컴퓨터를 켰다.





기나긴 겨울방학이다.

두 달 동안 나의 오전의 자유를 빼앗긴 다는 것에

약간의 우울한 마음이 있지만,

과연 우리 첫찌와 어떤 방학을 보낼지 기대감도 있다.


첫찌와 둘만 보내는 마지막 방학이다.

이제 둘찌,셋찌가 초등학생이 되면 정말 바글바글 하게 방학을 보내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며 첫찌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른 면으로는 둘찌, 셋찌에게는 개인별로 온전히 시간을 내주지 못함에 미안함이 든다.


아이가 자라면서 방학의 양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요즘은 나랑 잘 놀려고 하지 않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방학이면 나를 잡고 놔주지 않았는데,

여름부터는 혼자 뭘 만드는데 열심인 경우가 많다.

아 좀 편해져서 좋다.라는 감정이 들면서도

나를 안 찾을 때도(여전히 많이 찾지만) 있다는 것이 낯설고 서운하기도 하다.



이번 방학은 아내가 바빠서 야근과 더불어

주말 출근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나 혼자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염려가 많이 된다.


조금은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내와 같이 아침을 준비할 땐 둘이  함께하니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좀 더 풍성한 식사가 되기도한다.

아내가 바빠지면서는 내가 깨워줘야 일어날정도로

아침에 힘겨워하는 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늘 일찍 일어나 혼자서 밥을 하고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아내가 만들어놓은 멸치볶음과

아이들이 잘 먹는 옥수수콘 그리고 김치를 내줬다.

뭔가 반찬도 하나 해주고픈 마음이 있었는데 못했다.

오늘따라 웬일인지 더 잘해 주지 못함에 미안함이 올라왔다.


나 혼자 되내어 본다.

'잘하고 있어.'

'안 굶기면 됐어.'

'미역국까지 끓여줬는데 뭘 바래.'


하지만 내 마음에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드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 오늘은 그냥 좀 미안해하자.

우리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 보다.

더 잘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강하게 드는 날인가 보다.

사랑이 넘치는 날인 걸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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