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프리즌> - 셰인 바우어
최근 음주 운전 문제로 형을 살고 있는 가수 김호중 씨가 소망 교도소로 이감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망 교도소는 재단법인 아가페가 운영하는 민영 교도소로 2010년 만들어졌다. 이 소식으로 한국에도 민영 교도소가 있다는 사실이 대중에 알려졌다. 교도소를 민간이 운영한다는 게 우리에게는 생소한 일이지만, 영미권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80년대 교정 사업에 전면적인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CCA(Corrections Corporation America, 후에 Core Civic으로 이름이 바뀐다) 같은 회사가 민영 교도소를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 기관이 책임져야 할 업무를 민영화했을 때 나타나는 폐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민영 교도소는 괜찮은 걸까? 거기에 문제점은 없는 걸까? 한 기자가 CCA에서 교도관으로 4개월간 잠입 취재해 책을 쓰게 되는데, 그것이 오늘 소개할 <아메리칸 프리즌>이다.
저자인 셰인 바우어는 <마더존스>의 선임 기자이면서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 보도상, 골드스미스 탐사 보도상 등 20여 차례의 수상 경력을 가졌다. 취재 중에 이란에 수감된 적이 있는데, 이때 PTSD를 겪었다고 한다. 수감 경험은 교도관으로 잠입 취재할 때 미국의 교정 시스템에 대해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게 한 것 같다. 수감자의 입장과 교도관의 입장을 모두 헤아렸기 때문에 민영 교도소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조망할 수 있었다.
민영화 이슈가 터질 때마다 민간 회사가 더 효율적이라느니, 선진 기술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느니 하는 이유들을 듣게 된다. 하지만 회사는 결국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어있다. 공항을 민영화한 영국의 사례, 지하철을 민영화한 일본의 사례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민영화를 살펴보면 결국 비용은 비싸지고, 인건비와 투자 등의 지출을 줄여 기대했던 것만큼 좋아지지 않는다. 수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잠입 취재했던 윈 교정센터도 마찬가지다. 입사 초기부터 신입 교육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허술함이다. 인재 선별도 그렇고, 교육 과정도 어설프다. 그건 인력난에 시달리기 때문이고, 사람이 모이지 않는 건 시급이 낮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시급 9달러로, 1갤런 기름이 4달러라고 소개된다) 인력 부족으로 감시동에 사람이 없어서 탈옥한 재소자를 몇 시간 뒤에 발견하기도 한다. 교도관들은 총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고, 재소자들끼리 칼부림이 나면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지켜보라고 가르친다. 이는 모두 적은 인원으로 많은 재소자를 관리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서 비롯되었다. 인력과 설비에 투자를 하지 않아서 항상 사람이 부족하고, 그로 인해 노동시간은 늘어난다. 피로에 절은 교도관들은 실수를 하기 십상이다. 신입 교육에서 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우리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말하는 것도, 식판이 부족해 모든 재소자가 동시에 식사를 못 하는 것도, 병원비를 대기 싫어 아픈 재소자를 병원에 보내지 않는 것도 모두 민영화의 폐해다.
이 책이 빛나는 것은 단순히 민영화로 엉망이 된 교도소의 실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교도소의 민영화가 이루어졌는지를 역사적 맥락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감옥의 재소자들이 세탁소나 공장, 혹은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노동으로 감옥은 수익을 낸다.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로 강제 노동을 시켜 수익을 낸다는 발상은 흑인 노예제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오랫동안 목화나 사탕수수 같은 대형 농장을 운영했다. 많은 일손이 필요했기 때문에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데려왔다. 노예의 생산력은 자유 농부보다 75퍼센트 정도 높았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기간 노동에 시달리고 가혹한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매질은 물론이고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좁고 어두운 공간에 며칠 동안 가둬 형벌을 내린다. 노예를 닦달하고 압박해서 생산력을 짜낸다. 하지만 남북 전쟁이 일어났고, 북부의 승리와 함께 수정 헌법 제13조가 생기면서 더 이상 노예들을 부릴 수 없게 되었다.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닌 한 노예제도나 어떠한 비자발적 노역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적힌 제13조는 노예의 강제 노동은 막았지만, 반대로 처벌을 받은 재소자의 강제 노동이 가능해지도록 길을 열었다. 이를 알아본 사람들이 소위 교도소 사업이란 걸 시작했다.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를 대신해 교도소를 열고 운영하는 대신 노역을 시킬 권리를 받아냈다. 교도소를 채운 건 대부분 유색 인종이다. 노예에서 해방되었지만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노예에서 죄수의 신분으로, 옷과 장소만 바뀌었지 강제 노동과 가혹한 압박은 반복되었다. 노후까지 책임져야 했던 노예에 비해 형량 동안에만 부려 먹고 버릴 수 있는 죄수는 도리어 매력적이었을 거라는 통찰은 날카롭다 못해 아프다.
민영 교도소는 죄수들의 강제 노동으로 인해 수익을 내는 동시에 교도소 운영을 위해 지출해야 할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정치적 목적까지 결합해 미국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 이들의 흥망성쇠, 그리고 어떻게 다시 현대에 등장하였는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흑인 노예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맹점에 대해 알게 된다. 책은 이것을 어렵지 않게 흡입력 있게 썼다. 합 챕터씩 번갈아 등장하는 교도관 체험기와 교도소의 역사는 무척 흥미롭다. <아메리칸 프리즌>은 단순한 르포에서 벗어나 역사와 인문학적 지식, 그리고 현대 사회를 꿰뚫어 보는 통찰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문제는 현재 절판되었으며, 중고 시장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위의 내용에 흥미를 느꼈다면 중고로라도 구입해서 읽어보길 바란다. 만약 그게 어렵다면 ‘그것은 알기 싫다’라는 팟캐스트의 613a(감옥이 민영화된 나라)와 613b(죄수가 늘어서 부자가 되는 사람이 생긴다면)을 들어보면 좋겠다.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책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내용이 등장한다.
<아메리칸 프리즌>에서 다룬 내용은 단순히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감옥의 민영화에 관한 이야기인 것만도 아니다. 트럼프 당선과 함께 불법 이민자 구금을 담당한 CCA의 주가가 올랐다는 뉴스는 이것이 결국 돈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 돈 앞에서 사람을 경시하여 벌어지는 비극은 흑인 노예에서 시작해 민영 교도소로 이어졌지만, 이는 현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나 악덕 기업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을 앞세워 인건비를 줄이고, 일할 사람이 부족해 근무 환경이 악화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결국 회사는 사람과 설비에 투자할 생각이 없는 악순환은 과거나 교도소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최근 20대 노동자의 과로사 의혹이 제기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도 유효한 이야기다. 지금 세계는 수익을 내는 게 최고라는 기조로 달려오다 삐걱거리고 있다. 이 책은 당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좋은 단서를 제공한다. 꼭 한 번 내용을 접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