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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일까 난독증일까

by 김보라

확실히 ADHD와 난독증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글자를 읽는 과정까지 어려워지는 것은 마치 흐릿한 유리창 너머로 길을 찾는 것과 같다.


나 자신이 성인 ADHD에 난독, 난산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 아이의 발달지연을 계기로 심리상담학 대학원에 진학하고 응용행동분석학을 공부하며 학회의 임상심리 수련을 이수했다. 나는 가끔 짧게 집착하듯이 공부하는데 멈추기 어려울 때가 있고, 반면 관심 없는 것은 무슨 짓을 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헌데 아이에 관한 것이라면 동기부여가 무척 강하기에 아동발달학을 공부하는데 누구보다도 진심이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나 자신이 성인 ADHD에 난독, 난산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심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CLT-R, KOLRA, CAT, K-WISC, K-WPPSI, K-WAIS, MMPI 등 검사를 받아보고, 아동대상으로 시행해 보니 한 인간을 이렇게까지 분석해야 하는 것이 필요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솔직히 별로 하지도 않았다. 시험공부보다 드라마를 보고 자는 게 더 좋았던 수험생이었지만, 국어·사회·영어에서 수능 2등급을 받고 서울 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심지어 좋아했던 사회과목는 모의고사 만점일 때가 많았다. 마치 정형화된 학습 방식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그것도 고2말쯤인가 내 방법을 찾고는 재밌게 공부했던 기억이다. 대학은 맘에 들지 않았으나 재수를 해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을 알았고, 나는 절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귀찮은 짓을 다시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단지, 사전 지식 없이도 정답을 찍는 데 자신 있을 뿐, 요령만 터득한 케이스다.


나의 IQ는 높은 편일까? 낮을까? 말하자면 평균에서 조금 높은 편이다. 왜일까?

추론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처리 속도는 정상 범위지만, 단기 기억력이 무척 떨어지는 편이다. 게다가 수 계산도 어렵다. ADHD 특성상 기억 자체를 머릿속에서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마치 머릿속에서 특정 단어를 찾으려 할 때마다 뿌옇게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모를까? 선다형 지문을 본다면 기가 막히게 찍어 낼 정도로 개념과 상황 이해가 분명하다. ADHD와 난독을 가진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추론능력을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추론능력에 대해 말하자면, 이런 말이 있다. 난독을 일컬어 '작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난독을 고치면 재능일 없어진다고 말이다. 또한, 백만장자중에 난독증이 유난히 많단 연구가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창의적인 사고를 지녔기에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 한다. 하지만 나도 그런 특별한 재능은 없다. 작업기억 등의 부족한 지능을 추론적 사고로 메꾸려 노력했기에 발전했다고 본다. 난독은 오히려 큰 재앙일 수 있기에 중재를 받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의 딸도 ADHD의 심한 난독증이다. 정신과 교수님은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난독이라고 말하셨다. 분명 만 5세때는 장애등록을 염두해 두고 언어치료를 했다. 언어치료로 인해 발전된 케이스지만, 이제와서 심한 난독증이라니! 뭐 백분위로 치면 100명 중 100등이다. 이런 아이는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만 5세 아이큐 72 경계선지능에서 만 8세 110으로 변화했다(나중에 검사결과 서류로 증명하겠다). 그리고 엄마인 나는 현재 대학원에서 모든 학기 성적장학금까지 받으며 논문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앞으로 아이의 난독과 지능, ADHD의 교육과 학습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미술치료사로서 아동을 대하다 보면 관찰되는 부분이니 내 아이가 비슷한 상황일지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난독, ADHD에 대해 복합적으로 설명될 것임을 감안하길 바란다.

ADHD는 공부법을 찾고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일반적인 학습법으로 유튜브에 나오는 것들을 적용시키려 하다 보면 부모자식 간 자기효능감만 떨어지고, 아이만 잡도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얼마 전 대학원 교수님은 두 시간 동안 이런 친구들의 공부법에 대해 강하게 말씀하셨다. 그만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접근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로 아이에 대한 점검부터 시작하자. 가능하다면 소아정신과에서 모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아이가 주의력 결핍 ADHD라면 함께 공부법에 대해 알아가자. 비용은 많이 소요될 수 있지만, 아이가 학업이나 학교 생활이 힘든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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