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진 아인슈타인 신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난독증(읽기 장애)은 서로 다른 신경 발달 장애이지만, 종종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난독증을 가진 아동의 40%가 ADHD도 함께 겪는다는 결과가 있다.
ADHD와 난독증은 일부 증상이 겹치기 때문에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이가 왜 이럴까?라는 의문의 끊임없이 든다면 발달상의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을 수 있다. 이때, 개입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면, 부모로서 드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지금도 변화가 가능한 말랑한 뇌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자.
ADHD와 난독증의 공통점
ADHD는 집중력 유지가 어렵고, 난독증은 읽기 과정에서 지속적인 주의력이 필요하다. 모두 단기 기억력(작업 기억)이 약하며,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질 수 있으며, 난독증은 읽기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이 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아동은 자주 "아니! 이걸 몰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르다.
ADHD는 주의력 조절과 충동 억제에 영향을 미치는 도파민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난독증은 읽기와 언어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특정 영역(좌측 측두엽)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된다. 언어에는 수용언어와 표현언어가 있는데, 여기서 수용언어로 인식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표상하여 표현하기 어려울 때에도 난독의 증상으로 본다. 언어 검사에서 이것을 개월수로 나타내는데, 노력해도 표현언어가 상승하지 않을 때엔 난독을 더 의심할 수 있다. 특히, 난독증 아동은 좌측 측두엽의 음운 인식과 단어 회상 능력이 낮아 표현언어 발달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ADHD는 집중력과 실행 기능에 영향을 주고, 난독증은 읽기와 언어 처리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ADHD 자체가 난독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ADHD, 난독증, 그리고 지능
지능은 ADHD와 난독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ADHD와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은 지능이 정상 범위에 속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정 인지 기능(예: 작업 기억, 처리 속도)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ADHD 아동의 정보 처리 능력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청각적 정보 처리와 실행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있다.
ADHD와 난독증을 함께 가진 경우, 보통 학교에서 기초학력진단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어, 학업을 포기하거나 낙인효과로 인해 아동의 학습능력이 더 저하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아동이 ADHD일 경우 이런 막연한 희망도 갖는다.
기다리면 머리가 트일 때가 올 거야. 아인슈타인도 ADHD에 난독증이 있었어. 우리가 아는 스타들 중에 톰 크루즈, 톰 홀랜드, 성룡도 극복하고 성공했어!
이렇게 천재라 불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유명 배우, 정치가들이 이를 극복했다는 신화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에 대한 몇 가지 근거들은 이 신화가 부풀려진 이야기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아인슈타인은 어릴 적부터 한 문제에 깊게 파고드는 집중력이 강했으며, 초등학교 때는 학습 수석이었다고 한다. 라틴어, 그리스어와 같은 언어를 배우는 것을 싫어하여 자신은 '단어와 글에 대해 나쁜 기억력'이라고 말한 것으로 난독증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또한 언어 발달이 그리 늦지 않았다. 만 3세가 되기 전에 문장으로 말했다는 기록이 있고, 그의 글을 보면 맞춤법에 대한 오류가 거의 없다. 이러한 신화는 단지 천재 탄생의 미화로 보면 되겠다.
우린 지극히 평범하게 주의력 겹핍 증상이 있을 뿐이다. 시간개념이 부족하고, 긴 글을 읽고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힘들다. 사는게 힘들다는 건 누구나 그렇듯이 실패와 좌절을 겪는다. ADHD는 우리의 정체성이 아니다. 단지 특정 패턴에 주어진 이름이다.
아이가 ADHD진단을 받았을 때, 난독증 백분위 99.7의 수준이 나왔음에도 기뻤다.
어릴 적 부터 보였던 그 행동패턴에 대한 내 생각에 근거가 생겼고,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까. 사실 아이는 6세 때 검사한 지능검사에서 평균 100이 넘었다. 그럼에도 난 이 아이의 지능을 믿지 않았다. 글씨도 못 읽는 작은 망나니 요정이었으니까. 잘 해봐야 경계선 지능으로 만족하고 잘 클 것라는 불안과 반쪽짜리 믿음을 붙잡고 그 어딘가를 방황하고 있던 나에게 의사선생님의 진단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ADHD도 난독증도 특별한게 아니다. 요즘은 ADHD 호소인도 보인다. (의사도 치료사도 아닌 사람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겠다. 왜냐하면 아동마다 고유한 특성이 함께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1:1 중재를 받는 것을 첫번째로 권한다) 주의력 저하는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그렇게 영향으로 변하는 것 보다는 원래 그렇게 태어났고, 그저 적응해서 잘 살아가는 것이다. 귀가 닫힌 망나니가 무엇인지 상상할 수 있다면 누구나 아인슈타인과 같지 않다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머리가 트인다는 건 무언가 방법을 알아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