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맞이하며
영포티(young forty)라 하지만..
곧 만으로 사십 세가 된다. 이미 40년을 살았다니, 믿기지 않지만 세월이 그렇게 빠르다. 체감상 지난 30대는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결혼이라든지, 임신, 출산 등의 과업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시기라 그런 것 같다.
40대를 맞이하는 기분은? 생각보다 좋아. 솔직히 몸은 예전 같진 않지만, 마음은 더 안정감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찾아온 변화는 어떤 뚜렷한 주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40세를 “불혹(不惑)”이라 하였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좀 더 단단하고, 어른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아마 새로운 가정도 이루고, 자식도 낳아보고 해서 이루어진 어떤 성숙이겠지 싶다. 그러니까 무언가 노력해서 이루어 봤다는, 그래서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긴 것 같은 그 나이대인 것 같다.
솔직히 ‘영포티’란 말은, 워낙 동안에 집착하다 보니 생겨난 신조어인 듯하다. 아무리 100세 인생이라지만, 40대의 신체가 20대와 같을 리는 없다. 어딘가 조금 무너지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한다. 새치에서 자유로운 사람도 드물고, 소화력도 조금씩 약해진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고 거부하며 온갖 젊어지는 방법들을 강구하느냐 그 차이가 40대에게 있는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신체적으로 조금 약화되었다는 것, 이젠 20대처럼 외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내실을 좀 더 추구해도 되는, 그런 나이에 접어든 것이 참 마음에 든다. 그러니까 진짜 ‘참어른’이 되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랄까. 이제 내가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그 가치를 평가받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 참으로 좋다.
젊은 시절엔 나 역시 물질이나 외면에 큰 가치를 두고 추구했었다. 그런 것으로 현혹되기도 쉬웠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나도 가져 보고, 이뤄 보니 사람의 참된 가치는 그런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내면이 충실한 사람, 그릇이 큰 사람, 그러니까 늘 정신적 성숙을 이뤄내는 사람을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런 사람들을 닮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흔치 않다.
칼 융은 인생의 전반기가 ‘집단화’를 이루어가는 시기라면, 후반기는 ‘개성화’를 추구하는 시기라 했던가. 그러니까 젊은 시절엔 남이 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며 집단 내에서 어떤 보편성을 이루어내는 시기라면, 후반기는 진정한 ‘참나’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시기가 온 것 같아 기쁘다.
모범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체면이라는 것 때문에, 타인의 시선 때문에 젊을 때는 놓쳤던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것을 자각했다는 것이다. 인생 40부터는 좀 그동안 놓쳤던 것들을 많이 회복하고, 내 개성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살고 싶다. 비록 그것이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행동이라도.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의 제목이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무튼 좀 더 나이가 들고, 노쇠해져서, 눈도 어두워지고, 총기도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풍요로운 꽃중년을 이뤄보고 싶다는 것. 그렇게 총명했던 나의 교수님들도 60세가 넘으니 기억력이 둔해지고, 머리가 굳어지기 시작했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20년이 나의 마지막 전성기랄까? ‘내면이 알찬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나의 소박한(?) 장래희망. 아무쪼록 열심히 살아 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