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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둘째

좋은데 싫어

by 한박사

아들은 정말 힘들다. 어느덧 둘째도 세 돌을 앞두기 시작했고, 그만큼 더 튼튼해졌다. 세 돌을 넘기면 보통 영아기는 넘어갔다고 보는데, 그럼 더 컸으니 수월해지겠다고 보통 생각한다.


첫째는 그랬다. 말도 좀 할 줄 알고, 기저귀도 떼었고, 낮잠을 고파하지도 않을 만큼 체력도 좋아졌다. 모든 면에서 제법 아가 티를 벗어났고, 엄마에 대한 의존감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면역력도 강해져서 잘 안 아프기 시작한다. 원래도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아이였지만, 더욱더 수월해지고 편해졌다.


그런데 둘째는? 타고나기를 너무 튼튼한 아이였다. 체력이 너무 좋아 이른 시기부터 낮잠을 안 자고 늦게까지 놀려고 한다. 더 잘 먹고, 더 많이 큰 결과 힘도 더욱 세졌다. 당연히 잘 안 아프고, 어딘가 아파도 그 회복력이 엄청 빠르다. 더 개구쟁이가 되었고, 말은 다 알아 들어도 더욱 제멋대로이다.


마치 게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데, 나의 레벨은 그대로인듯한..? 돌처럼 튼튼하고, 체력도 무지 좋은데, 말은 안 듣는, 그런 야생마를 길들이는 듯한.. 그래서 요즘 참 힘들고, 체력도 달리지만, 마음고생도 좀 하는 것 같다. 너를 어찌하면 좋니?! 괴물 같은 녀석…


이런 녀석이다 보니 또 가끔 다친다. 세 돌이 되기 전에 이미 정형외과를 두 번 갔다 왔고, 아직 뼈가 다 자라지도 않은 엑스레이 사진을 보게 되는, 정말 낯선 경험도 해봤다.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 때면 이 녀석이 또 사고를 친 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철렁하다. 그래서 요새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장수는 하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친정아빠도 남동생도 상남자 스타일은 아니었다. 남편 역시 어렸을 때부터 성정이 얌전한 편이었다. 그래서 둘째의 돌연변이는 더욱 생경하고, 힘든 것 같다. 그 넘치는 힘과 에너지를 주변 사람들이 주체하지 못한다. 이제 첫째마저도 그런 동생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힘도 너무 세고, 말도 너무 안 듣는다. 가끔 동생을 보고 “괴물이다! “라고 하는 것도 납득이 간다.


아무튼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는 것. 엄마는 어떻게 지혜롭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까? 더 체력을 길러야 하나? 하지만 연령과 성별의 한계 때문에 어느 시점에선 이마저도 굴복하고 말게 될 것 같다. 조심스레 이제 저 녀석은 그에 걸맞은 어떤 ‘사부’를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태권도 사범 같은 상남자들.


사실 최근 나는 서서히 내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원서를 읽고 있는데, 그 재미가 참으로 쏠쏠하다. 그래, 엄마는 타고나기를 샌님이다. 그래서 둘째를 준마로 길들일 수가 없다. 미워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지나치게 튼튼한 녀석은 집에서만 얌전하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빨리 내보내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둘째가 없었다면 참 삶이 쉬웠을 텐데…” 가끔 허물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내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숙제가 바로 이 녀석 같다. 참 좋은데 싫고, 이쁜데 미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고를 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엄마의 마음엔 굳은살이 배겨 어쩔 수 없이 튼튼해지겠지? 니체의 말마따나,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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