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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5월

가정의 달의 추억들

by 한박사

내가 태어난 달, 그리고 녹음이 우거지며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좋은 계절, 거기다 “가정의 달”이라는 문구가 늘 따르는 바쁜 5월이 또 왔다. 어린 시절엔 어린이날이 있어서 좋아했고, 좀 더 커서도 내 생일이 있어 좋아했다. 그리고 이젠 나도 부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카네이션도 받는 나이가 되었는데, 역시나 계절이 좋아서인지 5월은 늘 반갑다.


유년 시절 이때의 기억은 철쭉꽃과 함께 소환된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께서 유난히 철쭉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우리집 철쭉꽃이 활짝 필 무렵이면 우리 4남매를 다 데리고 나와 사진을 찍어 주시곤 했다. 그래서 나는 철쭉꽃을 보면 고향집이 생각나고, 가족들이 생각난다.


우리 아이들은 올해의 긴 연휴기간을 정말 열심히도 즐겁게 보냈다. 그 여정은 4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되었다. 외갓집, 그리고 동물원, 친가에서의 시간들,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한 어린이날까지… 살짝 과로를 한 탓인지 연휴가 끝나갈 무렵에는 나도 살짝 피로감을 느끼고 몸 여기저기서 염증 반응이 일어났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역시 체력적으로 힘들다. 그래도 드디어 그 난리법석의 시간들이 끝났다!


아이들은 늘 신이 나 있었다.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를 봐서 좋았고, 매일같이 새로운 곳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행복해했다. 돌이켜 보니 내 어린 시절의 연장선이지 않았나 싶다. 다만 내가 부모라는 주체가 되었을 뿐.


매년 이맘때쯤엔 이렇게 양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런 좋은 날들도 일 년에 몇 번 없으니까. (한량 기질이 있어선지 꽃피는 5월과 단풍이 지는 10월이 역시 제일 좋은 것 같다…) 시아버지는 지속된 항암으로 요 근래 며칠씩 입원해 계시기도 했지만, 다행히 연휴의 주말을 우리와 함께 보내실 수 있었고 말씀을 많이 하시는 걸로 봐서 컨디션도 좋아 보이셨다. 아무쪼록 우리와 함께 하게 되어 참 다행이라도 생각한다.


친정은 올해도 역시나 철쭉꽃이 만발해 있었다. 주말 오후엔 집 앞 뜰에서 온 가족이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었는데, 문득 이 순간이 참으로 행복하단 생각이 들어 동영상으로 짧게나마 남겨 놓았다. 미래의 언젠가 아이들에게 그 영상을 보여주며, 엄마가 이 시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얘기해 주면 참 뿌듯할 것 같다. 더 과거에는 내가 우리 아이들처럼 우리집 뜰을 돌아다니곤 했을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내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 순간순간의 추억들이 쌓여가면, 그게 삶이 되고 내가 된다. 꼭 어디 고급 리조트나 유명한 레스토랑을 가지 않아도 된다. 이 계절은 꽃이 다 하는 계절이니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 눈부신 햇볕을 쬐고, 푸르른 녹음 아래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꽃을 구경하고. 그러라고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이건 어떻게 보면 다소 전근대적인 표현인 것 같기도 하다. 가정이 아니라도, 그러니까 가족이 아니더라도 소중한 사람이 있을 순 있으니까)


언제부터인가 둘째 녀석의 애정 표현이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해졌다. 우리집 아이들은 둘 다 남자애들인데도 참 스킨십을 좋아하고, 애정 표현을 잘한다. 물론 엄마가 많이 옆에 끼고 예뻐해 주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렇게 좋은 날들엔 나에게 가까운,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곤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도 자연스레 어떤 사랑의 감정, 그리고 행복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아무튼 너희들도 크면 소중한 사람들과 그렇게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기를 바래. 이번 연휴도 정말 최고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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