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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Mar 06. 2022

젊음이 아쉽다

나에게 젊음이란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무모한 열정, 용기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또 두 번째 임신을 하면서 나에게 이런 성향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

이제 나는 안정감, 예측 가능성, 질서정연하고 차분한 일상에 친해졌다.


그래서 최근 공부에 대한 의욕이 생겨났다는 사실이 조금 아리송 하다. 책이 잘 읽히고, 집중력이 좋아졌다.

둘째의 귀여운 태동과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첫째때는 임신 중기에 박사학위 논문을 강제(?)당했기에 자발적이지 않은 공부를 하긴 했다. 그땐 최대한 이 공부로부터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이 간절했다.)


아마도 나는 열정이나 용기 같은 것을 공부하는 삶을 통해 메꾸려는 것 같다. 뇌 역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낡아지고 진부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꽤 쓸만한 기관이긴 하니까 말이다. (물론 몸도 예전처럼 생기 있고 튼튼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의 많은 부분들이 연약해진다.) 결국 인간이란 현실의 실재적 삶을 충실히 해내는 것과는 별개로 자기 내면의 무언가가 계속해서 성장해야만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 인간의 일상은 점점 노화(그리고 필연적인 죽음)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이런저런 흥미로운 책을 읽으면서 생각도 많아졌다. 아이를 보면서 가끔 그런 생각들을 새롭고 조합해 보고 비판해 보고 하다 보면 하루가 심심하지 않게 지나간다. 비록 나의 몸은 육아와 임신에 매여 있긴 하지만 생각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그게 삶에 생기를 좀 부여해 주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시간 자체가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나간 나의 젊음은 돌이켜 보면 참 흥미진진하고 자유로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토록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해 보고 많은 사람들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새로운 것을 더 열정적으로 취하지 못했음이 아쉽다. 더 무모해도 되었을텐데, 더 용감해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크다.


사람이 2세를 생산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아마도 그런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삶에서 아쉽거나 후회되는 부분들을 2세에게 조언해 주는 것, 그래서 나의 2세는 나의 삶보다 더 자신의 꿈을 넓게 펼치게 되는 것. 나는 두 아들 녀석에게 그런 것들을 전해주고 가능케 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젊음의 아쉬움이 조금 상쇄되는 것 같다.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좋은 점이 이젠 전염의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바이러스라는 것이 워낙 변이가 무궁무진해서 완전 면역이라는 게 불가능하지만, 한 번 겪어 보니 그동안의 두려움이 다소 과장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래서 올 봄은 좀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으리라. 그래서 아직 조금이나마 남은 나의 젊음을 아낌없이 잘 활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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