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박사 Feb 18. 2022

코로나(COVID-19)에 걸렸다

임신부와 15개월 아가의 코로나 분투기

설이 지난 후 주변 지인들이 하나씩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실 그때에도 ‘설마 내가…?’ 하는 마음이었다. 현재 임신중이기도 하고 15개월 아가를 보육하는 상황이기에 실상 외출은 거의 주말에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염경로는 남편의 직장동료들이다. 남편이 여러 번의 신속항원검사에서 지속적으로 음성이 뜨긴 했지만, 말이다.)


감기 증상은 월요일부터 시작되었다. 가벼운 두통은 지난 주말부터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인 것 같다. 임신 중 빈혈로 인한 두통은 자주 있는 증상이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월요일에 자가진단 키트를 사서 코로나 검사를 해봤을 때에도 음성이 나왔다. 그러다 코로나를 점점 의심하게 시작한 것은 15개월 아들이 심한 고열을 앓을 때부터였다. 낮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들이 화요일 남편이 퇴근할 즈음 갑자기 39도가 넘는 고열 증세를 보인 것이다. 이 정도로 심한 고열 상태에서는 해열제조차 모두 토했다. 늦은 밤무렵 응급실을 갈 준비를 부랴부랴 했다.


밖으로 나와 추운 바람을 좀 쏘여서일까. 차에 타서 체온을 측정해 보니 다행히도 체온이 내려가 있었다. ‘아! 전통적인 방식으로 열을 내려야겠구나!’ 집에 들어와 집의 온도를 우선 낮추고, 물수건을 적셔 계속 아들의 얼굴과 몸통을 닦아 주었다. 아들은 그제야 안정이 되었고, 새벽 동안 몇 번 보채긴 해도 심한 고열은 내가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소아과가 시작하는 시간인 오전 9시가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소아과에 가서 진료를 보자 의사 선생님이 던진 말은, ‘이게 그냥 감기이지 않을 수 있다, 자가진단 키트를 다시 해봐라, 아가들 코로나 증세는 다른 게 아니라 “고열”이다.’였다. 마치 코로나를 확신하는 듯해서 조금 기분이 별로이긴 했지만,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정으로 그날 오후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차분한 마음으로 자가진단을 해보았다. ‘아뿔싸! 양성이네.’ 희미하게 뜨는 두 줄에 임신을 확인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이걸로 모든 퍼즐이 다 맞춰지는 듯 했다.


이후 선별진료소에 가서 나와 아이는 pcr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양성” 확진 문자를 받았다. 정말 내가 코로나에 걸릴 줄이야…!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정리해 보자면,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가 그나마 경증이라 하던데 그렇다 하더라도 가볍게 볼 일 결코 아니다는 것이다. 특히 나처럼 약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임신부나 백신을 전혀 맞지 않은 아가들에겐 정말 쥐약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의 경우 고열까지는 아니었지만(최고 37도), 다양한 감기 증상(인후통, 코막힘, 두통 등)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거담제 같은 약도 전혀 쓸 수 없다 보니 가래가 너무 단단해지는 바람에 기침에 가래가 목에 걸릴 땐 정말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그렇더라도 맘카페의 글을 보면 그래도 나는 경증이 맞는 것 같다. 열이 38-39도까지는 오르는 경우도 꽤 있었다. 고열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은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부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약이 타이레놀인데, 실제 경험해 보니 아세트 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는 사실 증세 완화에 크게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아이의 경우에도 아세트 아미노펜으론 열이 잘 내리지 않았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가 열을 확실하게 잡아 주었다.) 한 마디로 임신부나 아이가 코로나에 걸릴 경우 꽤 고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제야 이런저런 일들이 후회되었다. 왜 3차 접종을 이렇게까지 미뤘을까. (남편은 3차 접종자인데, 어쨌거나 온 가족의 코로나 확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확진자이다.). 왜 주말에 굳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을까. 왜 좀 더 조심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후회한들 사후약방문이긴 하다. 사실 상황을 보아하니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확진될 것 같다. 대충 알아보니 k방역이 너무 성공적이어서 코로나 자연 면역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외려 오미크론 변이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이래서 탈이 나는 것이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도 이렇게 가볍지 않은데 나름 중증의 증세를 보인다 하는 델타 변이는 걸리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래도 나에게는 고열 증세가 없었다는 것, 아이의 고열이 나름 잘 잡혔다는 것이다. 초기 코로나에서 흔히 보이던 미각, 후각 상실도 없다. 모든 음식이 너무 맛있다. 아직도 완치는 아니라 우리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바이러스를 컨트롤 할 수는 있겠다는 자신감은 든다. 아이와 나 모두 속히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형제는 경쟁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