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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Dec 22. 2021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지배적인 이미지는 시끌벅적함, 기분 좋은 과식, 풍요로움, 따스함 등이다. 만들기를 할 수 있는 나이부턴 색종이와 반짝이풀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손수 만드는 게 좋았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는 예쁜 카드를 사서 친구 및 가족들에게 써주곤 했다. 교회를 다니진 않았지만 나는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했다. 추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이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라서 그런 것 같다.


성인이 되어 분가를  후에도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 보내곤 했다. 아마도  시기가 되면 나는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 했  같다. 엄마, 아빠는 항상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시고, 편안한 연말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자식들이 결혼을 하면서(올해 마지막으로 셋째가 시집을 갔다.) 부모님은 이제 연말을 같이 보낼 자식이 없어.  많던 자식들(4남매) 그렇게 뿔뿔히 흩어져 새로운 가족과 함께 연말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요새 부쩍 나에게 전화를 자주 하시곤 했다.


뱃속에 있는 둘째의 경우 의외로 입덧이 심하진 않은데, 잠이 쏟아져 가끔 첫째에게 소홀해질 때가 있다. 이참에 친정에 가서 연말도 보내고 첫째 육아도 도움을 좀 받자는 생각이 들었다. 적적하신 부모님 신경도 쓰이고. 남편도 며칠 혼자 집에 있으면서 육아와 아내 보살피기에서 해방되면 좋을 것이다.


올해는 그렇게 나의 옛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적어도 남편을 만난 후로는 가족과 보낸 적이 없으니까, 5년만인 것 같다. 지난 크리스마스를 엄마, 아빤 어떻게 보내셨을까? 생각해 보면 당시엔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자식이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올해 시집간 동생은 아직 신혼이고, 언니네는 원체 4식구끼리 잘 뭉치고, 남동생은 처가와 가까우니 내가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남편에겐 좀 미안하지만, 임신 중이라 너그러이 이해해 주는 것 같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 앞으로 부모님의 연말연시가 조금 신경 쓰인다. 북적북적했던 집안이 갑자기 조용해지면 어떤 기분일까. 나이가 들어서도 결국 자식 생각밖에 나지 않을텐데… 언제부턴가 노부모가 자식을 더 그리워 하고,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자식은 가정을 이루거나 자식이 생기면 거기에 정신이 팔린다.


엄마가 자주 전화를 하신다는 것은 심심하고 보고 싶으니 한 번 오라는 뜻이다. 올해는 따뜻한 추억들이 많은 친정집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보낼 것 같다. 나도 우리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아이들에게 따스한 크리스마스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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