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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an 02. 2022

세상이 궁금해졌다

지난 일년을 넘게 육아에만 매진했던 것 같다. 처음 하는 육아이다 보니 모든 것이 처음엔 생소했고,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하나의 미션을 마치고 나면 다음 미션으로 나아가면서 살다 보니 어느새 아기는 혼자서도 잘 노는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 있었다.


아기가 아직 잘 움직이지 못할 때에는 가능하면 내게 부과된 여러 학술 활동들을 최대한 성실히 수행하고자 했다. 학술발표를 하고, 논문을 쓰면서 고된 연구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아가가 더 잘 움직이게 되고, 마침 학회로부터도 특별한 요청을 받지 않고 있던 터라 나의 연구활동은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사람을 만날 일도 없다 보니 현실 감각은 점점 무뎌져 갔다. 물론 육아에는 휴일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올 수 있는 무기력감 같은 것은 느낄 새가 없었다. 거기다 운동 삼아 시작한 필라테스를 열심히 하다 보니 무너졌던 체력이 회복되면서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러다 ‘어, 이상하다. 갑자기 다소 여유롭네!’ 하는 생각이 들자 아가는 어느덧 돌을 앞두고 있었다. 여유가 생기다 보니 자꾸 생각도 많아지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도 생겼다. 바깥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둘째가 생긴 것은, 나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일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조금만 더 이 여유를 즐기고 싶었는데, 앞으로 몇 달 후에는 다시 갓난아기를 돌봐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둘째는 입덧이 심하지 않아 힘들기 마련인 임신 초기를 보통의 일상적인 날처럼 지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잠깐 내가 무관심했던 세상엔 정말 새로운 것들이 많아진 것 같다. 정치 상황도 그렇고, 경제 및 산업, 교육 등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난 것 같다. 책이나 기사 등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고 있는데, 아직은 많이 생경하다. 이런 기간이 좀 더 길어졌다면 나는 얼마나 더 많이 도태된 세상에 살고 있었을까.


호기심이라는 것은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나는 현재 홀몸도 아니고, 곧 두 아이를 양육하게 될 상황이지만 세상에 대한 관심을 져버리고 싶진 않다. 적극 참여하진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또 기회가 있다면 내 능력을 펼쳐보고 싶다. 이미 아이 하나를 키워 봤으니 두번째는 조금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무튼 육아는 육아대로 해나가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나갈 수는 있을 것 같다. 역량이 된다면 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글쓰기도 이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예전부터 마음 속에 늘 간직하고 있었던 말이 있다.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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