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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ul 10. 2023

너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첫째가 좋아할 일들로 하루를 구성하기

아이들은 대략 18개월 정도 되면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확연하게 강해진다.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많아지고, 엄마의 품을 떠나 혼자 노는 시간들이 급격히 길어진다. 첫째는 이때부터 밖에 나가는 것을 엄청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작년 여름엔 밖에 비바람이 불어도 아빠와의 산책을 감행하고 싶어 하는 바람에 남편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의외의 결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급찐급빠. 겨울이 오니 다시 원상복구)


연인들이 갓 연애를 시작할 때를 떠올려 보면, 사랑하는 상대방을 즐겁게 하기 위해 뭘 해줄까를 쉴 새 없이 고민하는 것 같다. 여기를 가면 좋아할 텐데, 이걸 사주면 좋아할 텐데. 그렇게 고민하는 시간들이 참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우리 부부에겐 첫째 아이가 그런 대상이다. 우리 첫찌에게 뭘 해주면 좋아할까. 이번 주말은 어디를 가야 즐거워할까. 대화의 70% 정도가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복은 아이의 행복에 달려 있으니까. 아이가 굳이 호소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사랑은 그렇게 일방적인 짝사랑의 형태가 된다. 그렇게 해서 첫찌의 반응이 좋으면 우리 부부도 보람을 느끼고, 다음에도 이와 비슷한 무언가를 해줘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게 된다. 마치 주인의 반응을 집요하게 주시하면서 이런저런 애교를 떨곤 하는 강아지 같다. ”주인님, 이렇게 할까요? 이건 싫으세요? “


물론 아이의 요구가 너무 강하거나 집요할 때는 엄마도 짜증이 난다. 내가 이렇게나 저를 위해 주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래도 갑을 관계를 따졌을 때 부모는 영원한 을이기 때문에 다시 자식의 구미를 맞춰주는 관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사람과의 관계에선 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손해 보고 접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편협한 자신의 에고를 떠나 남(사랑하는 대상)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이때 묘하게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만큼 우리는 평소 이기적이어서 나의 우물 안에만 갇혀 편협하게 세상을 보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의 시선에서 보면 세상엔 새롭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이때 나는 잠시 잊고 있던 유년시절을 많이 떠올리기도 한다.


이제야 어린 시절 부모님의 노력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엄청나게 쏟아진 어느 겨울날 우리들을 모두 차에 싣고 데려간 산속의 어느 송어횟집. 따뜻한 식당 바닥에서 회를 배불리 먹이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신 우리 부모님. 그들이 더 많이 웃고 즐거워했던 것 같은 느낌은 기억의 착오일 수도 있지만, 이제 부모가 된 이 시점에선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생선회를 상당히 좋아하고, 겨울은 실제로는 따뜻한 계절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우리 아이들도 성장하면서 겪는 여러 이벤트들이 그들의 취향과 입맛, 그리고 크게는 인생의 가치관까지 결정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첫찌에게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경험, 특별한 주말을 선사하려고 열심히 머릿속으로 기획하는 중이다. 네가 행복하면 엄마, 아빠는 더 행복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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