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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Sep 07. 2023

건강에 대한 단상

엄마가 더 건강해야 하는 이유

지난주 미루고 미뤄왔던 건강검진을 했다. 둘째 출산 후 산후검진도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첫째 출산 후에도 계속 낮았던 골밀도 수치였다. 의외로 골밀도 수치는 정상을 회복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외의 다른 기관들이었다. 위와 폐에 재검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은 것.


나는 가끔 술은 마시지만, 절대 과음하지 않으며(식사하며 한 잔 정도) 운동도 거의 매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첫째를 임신하기 바로 전 해에 받은 건강검진은 모든 면에서 우수했다. 사실 늘 건강에 대해서는 약간의 자부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같이 건강 친화적인 사람이 어디 있어?!’ 게다가 나는 스트레스를 잘 안 받거나, 혹은 받아도 잘 떨쳐내는 쿨한 사람 아닌가.


그런데 건강검진 결과는 내가 그동안 무언가를 놓쳐 왔다고, 다소 무리하는 생활을 해왔다고 판결을 내리는 것 같았다. 애기를 낳고 기르다 보니 골병이 든 건가. 그리고 밤새 편히 자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아가를 먹이는 데 급급하여 내 식사는 대충 때우곤 했다. 아이들은 아플 때는 나 역시 같이 아팠다. 이런 모든 사건들이 3년이란 세월 동안 쌓여 ”건강하지 못함“ 상태를 유발한 것 같다.


솔직히 아이들이 조금 미웠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빼앗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의 건강까지 빼앗아간 놈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세상에 나오도록 한 것은 전적으로 나(그리고 남편)의 의지이지 않았나. 물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당시는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가늠할 수 있다면 그렇게 무대뽀로 아이를 낳을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본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아이들은 죄가 없다.


하여간 얼마간 조금 우울하고 여러 비극적 경우의 수들을 상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가장 지배적인 생각은 아이들에게 엄마는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엄마에게 아이들이 그렇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는 거의 세상 그 자체와 동의어는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은 실질적으로 세상이라는 것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보육원을 나오는 성인 고아들의 자살률이 그렇게 높은 게 아닐까…)


아이가 없었을 때의 건강히 온전히 나의 웰빙을 위한 것이라면, 아이가 생기고 난 후의 건강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건강 여부에 따라 달라질 아이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게 된다. 엄마가 충분히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다면 아이들 역시 충분히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아이들을 돌보느라 건강을 해치기도 하는데, 엄마는 더욱 건강해야 한다는 말이 참 아이러니하고도 서글프긴 하다.


어딘가 타협점이 있을 것이다. 조금 이기적으로 엄마의 행복을 추구하되, 아이들에게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그런 상태 말이다. 아직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동안 너무 아이들만을 위하는, 이타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가. 사실 이번 건강검진이 아니었다면 나는 현재의 삶에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먼 훗날 지금의 이런 엄마의 심정을 아이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게 될 날이 오기를… 모든 엄마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면 키울수록 너무 공감된다.


“아이들은 너~~~무 이쁜데, 너~~~무 힘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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