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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Oct 12. 2023

육아 스트레스를 푸는 법

기분전환을 기획해 보자

그런 날이 있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칭얼대고, 밥은 잘 먹지 않고, 강아지는 소변 실수를 하는 그런 날…! 하루의 에너지가 벌써 반 이상은 소모되었을 것 같은 그런 날 말이다. 육아라는 것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어느 날 불쑥 내 앞에 나타나곤 하기에 나의 강철 같은 마인드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버린다.


그때는 대화가 필수이다. 카톡 대화라도 상관없다. 내 마음을 가장 잘 헤아려줄 사람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진술하자. (나에겐 보통 남편이다.) 그렇게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기만 해도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나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들로는 뭐가 있는지,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표현하다 보면 놀랍게도 스스로 이런 것들을 생각해 내게 된다. (왜 그런 순간들 있지 않은가. 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동시에 나의 문제들이 풀려가는 그런 순간들…)


우울감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그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그 도피가 술이나 영상물, SNS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몸이나 정신, 마음에 결국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맘카페 같은 것도 너무 과하게 해서는 안 좋다고 본다. 근묵자흑이라고 그곳엔 세상 우울한 엄마들이 많고, 처음엔 위로를 받으려 들락날락했던 것이 그 우울함에 더욱 깊이 침잠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나에게 아주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주기로 기획해 보는 것이다. 여기엔 돈이 조금 들 수도 있지만 이런 때 쓰라고 돈이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라는 엄마의 기분전환을 위해 일상에 새로운 추억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이 행복은 “여행”이다.


여행이 좋은 것은 집이라는 공간, 그러니까 ‘홈, 홈, 스위트 홈’이라 하지만 매일매일 육아와 살림이라는 일이 끊이지 않는 그 공간을 가끔 벗어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육아에 허덕이는 엄마들에겐 그런 시간이 적어도 1, 2주에 한 번은 필요하다 본다. 반짝이는 바닷가에서 바람만 쏘여도, 고요한 숲에서 산책만 해도 삶이 꽤 살아볼 만한 것이구나 깨닫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몰이나 백화점 같은 실내보다는 탁 트인 자연공간이 그 개방감 때문인지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이 해준” 밥을 먹자. 꼭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남이 해준 밥이면 엄마들에게는 다 맛있다. 내가 한 밥이 왜 맛이 없을까. 거기에 들인 수고와 노력, 그리고 정리 및 청소하는 것까지 포함한 것이 내가 만든 밥이기 때문이다. 장을 보고, 재료 손질을 하고, 지지고, 볶고, 끓이는 그 일련의 정신없는 과정들에서 이미 미각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거기다 그렇게 한 음식도 아이들 먹이느라 이후 차디차게 식은 밥과 반찬을 먹어야 하는 육아맘에게 집밥이 맛있기는 힘들다. 그래서 가끔 아주 간단하게라도 외식을 하는 게 나쁘지 않다. 조미료나 원재료가 중국산인지 여부, 아이들에게 먹이는 거라 유기농이이어야 한다 등등을 굳이 피곤하게 따지지 말자. 그거 생각하느라 엄마들의 정신건강만 더 나빠진다.


꾸준히 하는 취미 활동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다. 그 시간을 마련하는 거 자체가 쉽지 않고, 그 시간에 차라리 자거나 쉬겠다는 엄마들이 더 많겠지만 말이다. 나의 경우 모든 사람들의 취미 활동이라 하는 독서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독서나 운동이 남녀노소에 할 것 없이 늘 강조되는 이유가 독서는 정신에 운동은 신체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것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글쓰기, 그리고 좀 더 전문화된 종목 운동이겠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단순한 독서, 운동만이라도 꾸준히 하면 나만의 “힘”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어찌하지 못하는 그런 패닉상태에 빠지는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을 때 보통 그런 것 같다. 그러니까 소위 뭍사람들의 훈수 같은 소리들 말이다. 혹은 ‘힘들게 공부해서 집에서 놀고나 있네. “ 같은 전업 엄마들에게 심심치 않게 쏟아지는 빈정거림 등이 그렇다. 안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그런 말들 하나로 한방에 무너진다. (바로 이런 작고 사소한 말들이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가차 없이 떨어뜨린 게 아닐까 한다는…)


내 주변에는 한창 육아를 할 시기에 이혼을 하거나, 별거를 한 엄마들이 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까진 그녀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를 떼놓고 저 혼자 도망가다니…!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녀들은 힘들었던 것이고, 너무 힘들어서 결국 파국을 맞는 선택을 할 정도로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건전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그릇된 판단과 행동을 하여 삶의 비극을 맞게 되는 것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엄마의 사소한 행복이 나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힘들었던 오늘 아침을 좀 정돈하고, 다가올 주말의 행복을 기획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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