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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Nov 21. 2023

러닝을 시작하다

엄마의 취미 생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좀 달려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뛰는 게 수월했다. 꾸준히 한 운동이 이제 어느덧 그다음의 경지로 이어지는 찰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막연히 러닝을 시작해 볼까 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길지 않은 내 인생에도 뚜렷한 어떤 원리가 작용하고 있는데, 그건 “도전”과 “성장“이라는 것이다. 나는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그것을 잘하게 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곤 한다. 그렇게 해서 철인삼종경기는 아니더라도 나름 운동 좀 하는 건강한 사람, 자기관리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판도 얻게 됐다.


러닝을 꾸준히 해본 적은 없다. 지난 젊은 시절엔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러닝처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운동도 없었다. 그렇다. 엄마들에겐 시간이 금이다. (물론 돈도 금이다.) 운동을 시작하는 데 들어가는 요소들이 많으면 안 된다. 그런데 러닝은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칼로리를 연소할 수 있다. 러닝에 유일한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인은 기상상황이다.


보니까 동네에 러닝 모임도 있었다. 인증샷을 남기는 식으로 동기 부여를 하기도 하고, 러닝 벙개도 하는 식으로 모임이 운영되고 있었다. (오오~ 나 같은 인싸에게 딱 제격인 걸!) 무튼 그렇게 나의 러닝은 시작되었다. 모임을 통해 생각보다 일반인들을 위한 마라톤 경기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도 이 대열에 함께 하고 싶다는 꿈도 꾸게 되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꽤 열렬한 아마추어 마라토너라고 알고 있다.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나 역시 ‘잘 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두 아들 녀석들이 이제 제법 많이 뛰어다닌다. 물론 그래도 내가 아직은 더 빠르다. 근데 이 녀석들이 점점 체력이 좋아지면? 못 잡아서 안달이 날 수도 있을 거란 불길한 예감이…! 남편은 혈압이 높아 무리해서 뛸 수는 없고, 건강한 엄마가 녀석들을 붙잡아야지. 적어도 한 열 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를 못 이기게 해야겠다. (뛰어 봤자 엄마 손바닥 안이야!)


무튼 이유를 갖다 붙이자면 무엇이든 다 되겠지만, 생각보다 유용한 취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서 어제도 열심히 아파트 단지 주변을 달렸고, 달리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조금 뻘쭘했다. 하다 보면 이런 것은 극복이 되리라. 헬스장의 트레드밀보단 확실히 지면의 마찰력이 훨씬 커서 그런지 같은 시간을 비슷한 속도로 뛰어도 더 힘든 느낌. 시간이 되게 느리게 가는 것 같은 착각. 그래도 인증샷을 올리는 순간은 너무 기분이가 좋았다. ㅎ


그런데 오늘 몸이 여느 때처럼 멀쩡했다. 좀 더 버닝업 해도 된다는 말이다. 또 공부는 안 하고 엉뚱한 취미에 빠져버린 것인가. 그래도 가끔 집구석을 빠져나와 미친 듯이 달려주는 것이 좋다. 그러고 집에 들어오면 두 아들이 날뛰는 개판 같은 집이 조금 아늑하게 느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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