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 노릇 자처하기
언제부턴가 육아의 고단함을 식물 돌보기로 해소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내아이의 동적인 성향에 진력이 나다 보니 가만히 있는 정적인 식물에게서 위안을 받는다랄까.
학창시절 나름 생물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식물의 계통에 따른 특성들을 하나씩 공부해 나가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난초과에 꽂혔다. 난초 역시 그 세계에 들어가면 다양한 학명, 원종과 교배종 등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리고 하나 더, 언제부터인지 식물을 사면서 그에 따른 사연들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몬스테라 알보는 둘째의 돌을 기념하여 산 것이고, 카틀레야 빌리지 칩 노스는 5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서 산 것이고, 애란기스 시트라타라 하는 난초는 올해 화이트 데이를 기념하여 산 것이다(라기보단 남편에게 사달라고 요청한 것ㅎ). 그러다 보니 이 식물들이 더 애정이 가고 소중한 느낌~
얌전한 딸이 있었으면 엄마의 이런 취미 생활이 좀 덜 했을까? 그건 모르겠다. 하여간 요즘은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 놓고 오후 햇살을 맞으면서 화분들을 하나하나 눈여겨 보며 식물들이 얼마나 컸나 관찰하는 것이 생활의 큰 낙이다. 아주 조금씩 성장해 있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괜시리 뿌듯하다.
충만함.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동물을 기르고(댕이와 냥이), 식물을 기르면서 느끼는 감정 중 가장 큰 것이다. 식물들에게서는 정적인 고요함이라는 것이 충족되는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가끔은 이런 고요함이 필요하기도 한 사람인지라.
봄이 되어 더 예쁜 우리집~
내 생일을 맞이하여 원종 호접란 쉴러리아나를 샀다.
우리집에 온 걸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