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잘하기 시작했다

살림도 하면 는다

by 한박사

아이 키우는 집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치우기가 무섭게 어질러 놓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정리정돈의 개념을 모른다. 아니, 첫째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나이이긴 한데 제대로 할 줄은 모른다.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남편도 늘어놓기만 잘한다.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정돈은 잘 안 되는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닌데, 그나마 우리 가족 구성원 중 제일 낫기에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멨다.


한때는 정리정돈이 무슨 장안의 화재처럼 너 나 할 것 없이 빠져들었던 때도 있었다. 다이소의 정리 용구를 한가득 사서 집안 곳곳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사진을 찍어 각종 SNS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저 정도면 거의 편집증 수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집안 곳곳에도 어떤 질서나 체계가 존재해야 함을 서서히 깨달았다. 아이들이 커나갈수록 점점 짐은 많아지고, 어느 순간 집안 물건들의 용량 한계가 초과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뭐가 어디에 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사태가 종종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매일매일 조금씩 집안 곳곳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예쁘게 하고 싶어서 각종 정리함에 예쁜 시트지도 붙여 놓는다. 이러니 제법 재미가 있다. 예쁜 것은 기분을 좋게 만드니까.

필요 없는 물건들은 과감히 정리한다. 정리해도 전혀 아쉬울 게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기고 숨통이 트인다. 정리정돈의 핵심은 사실 “비우기(혹은 버리기)”라 하던데, 그 말이 정말 진리인 것 같다.


어느 날은 첫째가 하원하고 집에 들어오는데, “와~ 엄마 정리했네! 엄마, 고맙습니다!” 하고 예쁜 말을 한다. ‘아이들도 뭘 모르는 게 아니구나. 아이들도 정리가 잘 된 집을 좋아하는구나. 그동안 엄마가 정리를 잘 못해서 미안해.’


늘 살림 실력이 늘지 않아 스스로 비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젠 조금 자신이 생긴다. 잘 못해도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면 늘고, 자기만의 노하우도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 나름 신바람이 나기도 한다. 이제 우리집도 여느 집처럼 깔끔하고 예쁜 집으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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