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찐개찐
남편이 좀 이상해졌다. 그러니까 결혼 전 총각 생활로 조금 회귀한 듯하다. 늦게 자고, 왜 늦게 자냐 봤더니 게임을 하고, 또 몰래몰래 술을 마신다. 어느 날은 회식이 있었는데, 필름이 끊겨 노숙을 했다. 정말 이 아저씨 왜 이래…?!
중년의 위기??
애들이 좀 크고, 생활에 안정감도 생기고 하니 갑자기 딴생각이 드나 보다. 그래서 한다는 게 하나같이 그렇게 골 때리는 짓들이니…?! 잔소리를 거의 안 하고 살았는데, 이제 좀 바가지 좀 긁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그럼 나는 얼마나 좋은 엄마, 아내였는지 돌아본다. 생각해 보니, 나도 요새 미혼 시절의 취미생활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자꾸 쇼핑을 했던 것…! 다만 남편은 직장 생활로 바쁘다 보니 아내의 비행은 잘 눈치챌 수 없었다.
정신 차리고 보면, 내가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나 역시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래서 함부로 남을 비판하거나 욕하면 안 된다. 나 역시 중년의 위기(?), 뭐 그런 건가?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들긴 하다. 그런데 그걸 아직 찾지 못할 때는 자꾸 쇼핑이나 게임을 하면서 현실을 회피하려고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남편과 나를 보면서 그것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애기 티를 벗으니 엄마, 아빠에게도 또 다른 성장을 요구하는 것 같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아이들의 양육이겠지만, 그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다른 방법들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부모 스스로의 성장에도 이제 좀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너희들은 이렇게 잘 크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철부지였구나. 미안해, 정신 차릴게!
그런데 남편아, 나만 정신 차리는 거 아니지?! 일단 두고 보겠다. 시어머니는 각서라도 받으라고 하는데, 아니면 녹음이라도 하라 하는데, 내가 우유부단한 건지 별로 마음이 내키진 않는다. (솔직히 너도 좀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라고 말해!)
부모 노릇이 쉽지 않은 건, 부모도 애처럼 철없이 굴 때가 종종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따금씩 거울을 보고 정신 차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