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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하는 엄마

야, 나두 영어 할 수 있어

by 한박사

첫째가 이상하게 영어를 참 좋아한다.


요즘은 시시때때로 “It’s ~~” 구문을 이용해서 말하곤 한다. 뒤에 나오는 영어 단어가 틀리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만 재잘댄다.


이 녀석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어쩌면 태교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첫째를 임신했을 때가 박사 논문 발표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이때 많은 원서와 영어 논문들을 봐야 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어를 훨씬 많이 읽고, 쓰긴 했다. 그런데 의외로 첫째의 말문은 다소 늦게 터진 감이 있다.


첫째가 영어를 좋아하다 보니 나도 그동안 소홀히 했던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 첫째가 보는 어린이용 영어 프로그램도 같이 보면서 영어 노래도 따라 부르고, 외국인 유튜브 채널을 보기도 한다. 매일매일은 못하지만 원서도 찔끔찔끔 읽어 본다. (읽는 건 왜 이렇게 싫지?!)


아이가 좀 터 크면, 그러니까 결혼 10주년 정도 되면 가까운 괌으로 여행 가서 우리 모두(는 엄마 욕심이고 적어도 나는) 자유롭게 영어로 소통하는 꿈을 꿔본다. 그제서야 첫째는 영어를 배운 목적을 깨닫게 되고, 이후에도 더 재밌게 배움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언어 천재까진 아니더라도 나는 어느 정도 언어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단순히 영어뿐만 아니라 한문도 잘했고, 그래서 중국어도 독학으로 hsk5급 자격증도 딴 바 있다. 돌이켜 보면, 대학원 시절 영어논문 독해도 생각보다 잘했던 것 같다.


하지만 늘 조금은 부족한 듯한 상태에서 배움을 중단하곤 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하면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는데, 딱히 필요하지 않은 상태가 되면 영어 공부를 더 하지 않은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끈덕지지 못한 게 나의 가장 큰 단점이다. ㅠㅠ)


이젠 엄마의 입장에서 영어를 좋아하는 자식을 보면서 동기를 부여받게 되었다. 참으로 신통하기도 하고, 엄마도 자식처럼 영어 공부를 함께 열심히 하고 싶단 맘이 생긴다. 그가 필요하다면 아주 능숙하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고 싶다. 요리는 여전히 많이 서툴지만 이런 건 좀 더 잘할 수 있어!


그렇지만 절대로 너무 과하게 하진 말자고 다짐한다. 늘 놀이처럼 재밌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건 첫째에게 그런 것이고, 나는 나대로 좀 더 치열히, 조금 더 어려운 단어와 표현들을 더 익혀 나갈 것이다. 그래서 원서나 영어 논문을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만큼은 제발 꾸준히 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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