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설 명절엔 항상 만두를 빚었더랬다.
설날 떡국엔 만두가 꼭 들어가야 한다며 설 전날 다섯 식구가 모여 앉아 만두를 빚었다.
지금이야 마트에서 종류별 다양한 맛 냉동만두를 살 수 있지만 어릴 적엔 밀가루 반죽으로 만두피를 만드는 일부터 모든 걸 집에서 다 했다.
엄마는 밀가루를 반죽해 한참 치대서 작은 반죽 덩어리를 만들었다.
덩어리를 밀대로 납작하고 얇게 밀어 주전자 뚜껑을 누르면 동그란 만두피가 만들어졌다.
엄마 옆에서 나와 동생들은 만두를 빚었다.
동그란 반죽은 자투리가 많이 나왔고 그럼 또 그걸 모아 만두피를 또 만들었다.
신기한 요술 같았다.
묵은 김치 다진 것과 숙주나물, 두부, 당면, 간 돼지고기 등으로 만든 만두 속은
많이 넣으면 만두피가 터졌고 잘못 오므리면 물이 줄줄 흘렀다.
남동생은 여러 가지 똥 모양 만두를 빚으며 장난을 쳤고
손이 야무진 여동생은 동그란 모양 제일 예쁜 만두들을 빚어냈다.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만두소를 끝마쳤던 큰 딸은 만두 빚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지난 설 정님 씨는 오랜만에 만두를 빚기로 했다.
큰딸의 만두 타령에 그럼 한번 만들어볼까 마음이 동한 것이다.
마침 한 번도 만두를 빚어본 적이 없는 손녀도 기뻐했다.
오랜만에 정님 씨의 큰손이 작동했다.
언제 뚝딱 만들었는지 김치통 한통 가득 만두 소와 만두피 7봉지가 준비돼 있었다.
한 봉지에 들어있는 얇은 만두피 갯수도 장난 아닌데 이걸 다 언제 만드나.
오늘도 바쁜 정님 씨는 커다란 찜 솥을 꺼내주고 놀러 나가셨다.
만두를 빚으며 한편으론 찜통에 쪄내기를 수차례
처음엔 신이 나 만두를 빚던 큰 딸과 손녀는 점차 말을 잃었고,
점심까지 대충 만두로 해결한 홈메이드 만두 빚기는 금세 지루해졌다.
만두 지옥이었다.
그렇게 반나절을 함께 고생하며 만든 홈메이드 손 만두.
늦게 온 남편과 아들은 만두를 맛보며 즐거워했지만
큰 딸과 손녀는 만두 지옥에서 해방되자 흐물흐물 늘어졌다.
홈메이드 손 만두는 집밥의 손맛이 들어있어 좋다.
잔뜩 냉동시켜 가져가야지 했는데 막상 만들어서 먹다 보니 얼마 안 됐다.
소문 들은 동생도 맛보고 싶어 했고,
어릴 적부터 할머니표 만두 맛을 맛보고 자란 아들도 자취방에 가져가게 싸 달라고 했다.
정작 함께 만두 빚은 소녀는 다 가져가라며 뒤도 안 돌아봤다.
한가득을 만들어도 금세 먹어 사라져버리는 정님 씨 손 만두.
사실 맛으로야 밋밋하기만 해서 뭔가 10%는 부족한 것 같은 맛이지만
만들 때는 힘들어도 막상 만들어 두면 또 항상 부족한 손 만두.
먹어본 사람만 안다는 엄마표 손 만두의 추억을 딸과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