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님 씨의 기적 같은 일

by 농땡선녀


어느 날 나의 엄마 정님 씨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 이번에 기적이 일어나는 경험을 했지 뭐니.
글쎄, 요 몇 달 동안 허리가 아파서 잠도 잘 못 자고 잘 걷지도 못하고 그랬잖니.
예전에는 허리 아플 때 성모병원 약 먹으면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성모병원 약을 먹어도 별 효과가 없어서
이렇게 사느니 얼른 죽는 게 낫겠다 생각했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이렇게 살면 뭐하나 그냥 죽어버렸으면 했는데
이판사판이다 생각하고 성모병원 약을 확 끊어버렸거든.
약도 안 먹고 통증의학과도 안 가고 허리 주사도 안 맞았어.
그거 맞은 지 얼마 안 돼서 여러 번 자꾸 맞으면 안 된다 했거든.
그래서 이판사판이다 아프다 죽으면 할 수 없지 하고 약을 안 먹었어.

그랬더니 글쎄 요 며칠, 이번 주부터니까 나흘 됐는데,
허리가 하나도 안 아파.
허리가 하나도 안 아프고 걷기도 훨씬 수월해진 거 있지?
이건 기적 같은 일이야.
그래서 내가 곰곰 생각해 봤는데,
내가 한 달 전부터 유황 가루(콘드로이틴) 먹고 있잖아?
그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야.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지만 허리가 안 아프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정님 씨 말에 동의했다.

여전히 아프기는 하지만 지난주처럼 죽을 만큼 아프지는 않아 거뜬하고 살만하다는 정님 씨.

잘 걷고 여전히 매일 노래 카페로 마실 다닌다니 안심이지만 정님 씨가 말하는 기적은 참으로 의심스럽다.

지근거리에서 보살피고 있는 동생에게 물었다.

동생은 신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유추한다.



지난주 엄마가 새 신발을 사 신었는데 깔창을 못 넣는 모양이야.
신발이 아주 편해서 호수 공원까지 걸어갈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
내 생각엔 엄마 허리 아픈 거 신발 때문인 것 같아.
엄마 신발에 늘 깔창 넣어 신으시잖아.
굽 있는 신발 신고 그 속에 또 깔창 넣고
그러고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니 허리가 아프시지.
엄마는 옛날에 허리 수술도 했으면서 키높이 깔창은 포기하지 않잖아.
발이 앞으로 쏠리니까 발가락도 아프고 허리에도 무리가 가지.




충분히 논리적인 근거였다.

작은 키에 콤플렉스가 심한 정님 씨는 늘 5센티 굽 샌들과 구두를 신고 다닌다.

운동화를 사도 그 안에 2센티 깔창을 넣는데 그건 딸들한테도 숨기는 비밀이다.

이번에 일본 제품 판매점에서 새로 샀다는 운동화도 분명 속굽이 있을 거다.

다행히 깔창을 못 넣고어도 걷기에는 편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정님 씨의 허리가 나아진 것은 유황가루 탓은 아닐 거라고 동생은 딱 잘라 말했다.

동생이 사 드렸고 본인도 같이 먹고 있는데 그런 기적을 일으킬 정도의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그래도 우린 엄마의 기적설에 대해 따지지 않기로 했다.

평생을 고집한 키높이 구두를 포기할 리는 없을 테니 조만간 정님 씨 허리는 다시 아프게 될지도 모르겠다.



keyword